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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2.2조 갚아주고 3.8조 적자 HUG..예견됐지만 뭉갠 국토부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13 14:00

수정 2024.08.13 14:34

감사원 '서민주거 안정시책' 감사 결과
전세사기에 HUG 전세보증 악용되면서
대위변제 2017년 34억→작년 3.5조, 1000배 급증
전세사기 고발 임대인이 유발한 금액만 2.2조
이에 재작년 4087억 적자 전환·작년 3.8조 적자
국토부, HUG 재정손실 예측 묵살..尹정부 들어 조치
"HUG 보고 때 조치했으면 3.9조 아꼈을 것"
전세사기 임대인 걸러내는 작업도 미흡
보증사고 상위 10명, 평균 455건 가입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규모 전세사기에 전세보증이 악용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결과적으로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 적자를 자초한 것으로 13일 드러났다. 특히 전세사기로 고발된 임대인들이 유발한 전세보증사고금액만 무려 2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날 ‘서민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빌라왕, 2021년 세 모녀, 2022년 빌라왕 사건 등 대규모 전세사기에 전세보증이 악용된 것으로 밝혀진 데 따라 청구된 감사인데, HUG의 재정악화 우려 제기에도 국토교통부가 묵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HUG 전세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34억에 불과하다 2018년 583억원으로 늘더니 2019년 2837억원으로 2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이후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0억원으로 2배나 급증했고, 2022년에는 9241억원으로 또 다시 배로 뛰었다. 전세사기가 적발되고 피해가 현실화된 후 지난해에는 무려 3조5544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대비 1000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절반 정도로 유지되던 회수율은 2022년 23.6%, 지난해에는 14.3%로 형편없이 무너졌다. 그 결과 HUG는 2021년까지 이어오던 흑자가 2022년 4087억 적자로 전환됐고, 지난해 대위변제 금액 급증에 따라 적자 규모가 3조8598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서 국토부와 HUG가 지난해 10월까지 전세사기로 의심돼 고발·수사의뢰를 한 임대인 236명이 유발한 전세보증 사고금액은 2조2269억원이나 집계됐다. 전세사기범들의 전세보증 가입을 막지 못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실을 본 것이다.

HUG는 이 같은 재정악화 예견하고 이를 방지할 제도 개선을 국토부에 요청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HUG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무자본 갭투기 다주택 임대인 전세보증 가입을 제외키 위한 담보인정비율 하향 조정을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임차인 보호 등을 사유로 불응했다. 거기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보증한도가 높아지는 만큼, 공시가격 적용비율 150%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HUG가 보고했지만 국토부는 승인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HUG는 2021년 5월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전세보증이 악용되는 상황을 전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대위변제 금액이 현금보유액 6조6000억원을 넘는 수준이 되고 주택가격이 올라도 1조6000억원의 대위변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이에 따른 재정손실을 막기 위해 전세보증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내리고 사고율이 높은 연립·다세대·오피스텔은 80%를 적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내놨다. 보증한도가 주택가격보다 높아지면 임대인이 전세보증을 미끼로 삼아 전세사기를 감행할 수 있게 돼서다.

그러나 국토부는 전세보증의 전체 사고율 하락을 근거로 리스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고, HUG의 조 단위 재정손실 예측은 장관 보고에서 뺐다. 하지만 감사 결과 담보인정비율 90% 초과 구간 2021년 전세보증 사고율은 7.83%로 전년 6.84% 대비 상승세로 나타났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22년 6월 돼서야 국토부는 전세보증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을 결정했다. 전세사기 대책 본격 검토에 따라서다.

이런 늦은 조치의 결과 전세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4조2000억원에 달하고, 내년에야 1조7000억원으로 감소한다는 게 감사원의 예측이다. 특히 HUG가 수조원 손실 예측 보고를 했을 때 전세보증 담보인정비율 하향조정 등 조치를 했다면, 3조9483억원의 전세보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감사원과 HUG의 추정이다.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전세보증을 걸러내는 작업도 미흡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HUG가 대위변제한 대규모 보증사고를 일으킨 임대인의 전세보증 가입 세부내역을 보면, 상위 10명이 최초 대위변제 발생 전까지 평균 455건의 전세보증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건의 전세보증 가입을 했음에도 HUG가 추가 심사를 해 악성 임대인인지를 걸러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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