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근욱 김현 기자 = NH농협은행에서 100억 대 횡령 사고가 적발된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이 지시한 '상시감시 시스템' 강화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짚어야 할 점은 시스템 개선 사항이 '서류 확인'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부터 대출 증빙 서류가 제대로 제출됐는지를 확인했을 뿐인데 한 달 만에 횡령 사고를 적발한 것이다.
농협은행은 사고가 발생한 서울 명동지점뿐만 아니라 전 영업점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각에선 추가 금융사고가 적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 금감원 검사 후 '감시 시스템' 강화로 적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 서울 명동지점 과장보 김 모 씨(36)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 대출을 일으키는 수법으로 117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은 현재까지 파악된 횡령 사고 금액이 117억 원이라고 밝혔으나, 추가 검사에 따라 횡령금은 165억 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농협은행이 '상시감시 시스템'을 강화한 후 적발한 첫 사례로 파악됐다. 올해 농협은행에서는 이번 사고를 포함 총 네 차례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의 잇단 금융사고를 진단하기 위해 지난 6월 정기검사를 마무리한 후 상시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 '서류 확인' 했을 뿐인데…100억원대 횡령 덜미
눈여겨볼 점은 시스템 강화 내용이 '증빙 서류 확인'이였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대출에 필요한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또 증빙 서류 간에 중요 항목이 일치하는 지 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서류가 제대로 제출됐는지를 확인했을 뿐인데 한 달 만에 100억원 대 횡령 사고를 적발했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횡령 혐의를 받는 김 씨는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PDF 파일로 조작하거나, 일부 서류는 아예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씨의 범행이 4년 넘게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 지점 다시 점검…추가 금융사고 가능성도
일각에선 추가 금융사고 적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사고를 적발한 명동지점뿐만 아니라 전 지점에 대해 점검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횡령 혐의를 의심받는 김 씨는 은행 측의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씨는 자신의 범행 과정을 유서의 일부로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은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점, 농협은행의 시스템 강화로 적발된 점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은행 측의 자체 감사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 실시 여부에 대해 "은행 자체검사가 종결되면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