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처벌 피하는 법까지 공유… 텔레그램 '능욕방' 활개친다

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6 18:24

수정 2024.08.26 18:24

괴롭힘 놀이터 된 '텔레그램'
딥페이크 영상물 유포해 성희롱
중·고교생 미성년 가해자도 상당
신종범죄로 처벌 조항 없어 논란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합성해주는 텔레그램 프로그램 연합뉴스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합성해주는 텔레그램 프로그램 연합뉴스
여성 지인의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사진이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대거 유포되면서 공포감까지 번지고 있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가해자 중에도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관련 처벌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보안성이 강한 SNS의 특성상 수사가 쉽지 않아 우려를 낳는다.

■'지인 능욕방' 수백개 검색

26일 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XX대(대학)겹지인방', 'XX고 능욕방' 등 지역과 학교 이름을 내세워 지인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사진을 올리고 성희롱하는 텔레그램 단체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딥페이크 피해지역·학교 명단'도 공유됐다. 전국 각 지역 또는 대학교, 중·고교 이름과 '겹지', '지인' 등을 함께 검색해서 텔레그램방이 나오면 지인 능욕방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과 학교 이름을 정리한 것이다. 단체방에는 "지인 능욕하실 분 개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달라. 추한 벗은 사진 있다", "세계 제일 합성대회 시작" 등의 메시지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해자 중에는 미성년자인 청소년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1~7월 서울에서 딥페이크 영상물과 관련해 검거된 청소년 피의자만 10명이다. 현재 서울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 중이다.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인 만 14세 미만 피의자는 입건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사해도 처벌은 어려워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갈수록 커지면서 관련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인하대 재학생이 타깃이 된 딥페이크 사건을 수사하는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3월 피해 영상물을 재유포한 텔레그램 참가자 1명을 붙잡아 검찰에 구속 송치했고 참가자 2명도 신원을 특정해 수사 중이다.

문제는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 특성 탓에 수사가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가해자를 특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텔레그램에서 협조해 주지 않아 수사가 원활하지 않은 부분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신종 범죄라서 명확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다.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물 등을 제작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이를 이용해 협박할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가 새롭게 생겨난 범죄이므로 이것만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일반적인 성착취물 관련 조항만 있다"고 설명했다.

■들키기 전에 '삭제'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사를 온라인에 게시된 사진을 삭제하라는 등의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처벌을 피하는 방법도 공유되는 실정이다.

한 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는 "텔레그램 방에서 자신의 신원이 특정될 만한 것을 남기지 않았다면 걱정 안 해도 된다. 경찰이 죽어도 못 찾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도 주변 건물 풍경 등으로 주소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 '로그인한 위치와 기기를 확인해 해킹 여부를 보라' 등의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불안한 마음에 SNS 계정을 삭제했다는 고등학생 김모양(17)은 "우리 학교도 명단에 있더라"며 "혹시 하는 마음에 얼굴 사진은 지우고 계정을 비공개로 닫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교육을 통한 예방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심각한 범죄 행위로서 처벌받을 수 있고, 이러한 범죄 전력은 향후 사회생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교육청과 협의해 학생들에게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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