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업 밸류업 추진에도 거래가 얼어붙은 소외주는 오히려 연초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증시 폭락 이후 회복이 더딘 가운데 일부 대형주로 돈이 몰리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억원도 못 미치는 코스피·코스닥 종목은 총 471개에 달한다. 밸류업 정책에 시동을 건 지난 2월 387개에서 4월 412개, 6월 462개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대로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월 1조1594억원에서 8월 1조5624억원으로 증가했다.
거래가 쪼그라든 종목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곳이 많다. PBR 1배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할 때보다 지금의 주가가 싸다는 의미다.
이날 거래량이 가장 저조했던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대한화섬이다. 합성섬유 제조·판매업체로 이날 단 37주(369만원)이 거래됐다. 전체 상장주식 수가 132만주인 ‘품절주’로, 최대주주 지분율은 61.7%에 이른다. 매분기 이익을 낼 정도로 내실은 건전하지만 PBR은 0.18배에 불과하다.
거래가 활발한 종목도 감소세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0억원을 넘는 코스피·코스닥 종목은 2월 376개에서 8월 307개로 축소됐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6조5630억원을 기록했는데 거래대금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거래대금이 2조1204억원이었다. 나머지 1657개 종목에서 겨우 4조원의 거래가 발생한 셈이다.
두 시장 모두 거래가 급격히 쪼그라든 것은 증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된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에도 별다른 상승 재료를 찾지 못하면서 경계심리가 커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반도체 등 증시 주도 업종이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는 깊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한 혼란이 영향을 줬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시장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자금을 빼 해외 증시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슈퍼개미의 입김이 센 코스닥시장에서는 금투세 도입이 증시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금투세 우려로 인한 거래 축소가 도드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블랙 먼데이’ 이후 증시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거래 소외주가 더 소외되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M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파는 사람만 있고 사는 사람은 없는 장세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거래 소외주는 더욱 외면받고, 신규 상장주나 일부 대형주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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