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탄핵정국에 IPO도 스톱… 예비상장사 "내년에 올게요" [계엄이 집어삼킨 경제]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8 18:06

수정 2024.12.19 08:27

공모주 투자심리 얼어붙어
5곳 상장일정 1월로 미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탄핵정국 여파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달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앞뒀던 예비상장사 가운데 IPO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증권신고서 정정을 이유로 이달 상장일정을 내년 1월로 미룬 예비상장기업은 5곳에 이른다. 특히 이달 4~5일 상장일정 변경 공시가 줄을 이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다.


교육 플랫폼 기업 데이원컴퍼니는 이달 예정됐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내년 1월 초로 연기했다. 데이원컴퍼니는 신고서 정정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들의 공모 후 지분율을 일부 수정했다.

자동차용 변압기 업체인 모티브링크도 이달 수요예측을 내년 1월 말로 미뤘다. 신고서 정정에서 올해 3·4분기 잠정 매출과 주요 주주들의 지분거래 내용을 추가했다. 이 외에도 삼양엔씨켐, 아스테라시스, 아이지넷이 수요예측 및 일반청약을 내년 1~2월로 미룬다고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증권신고서 정정 사유가 발생하기도 했겠지만,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신고서 정정을 사유로 상장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는 게 낫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정치적 리스크로 시장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종목(스팩·합병상장·인프라펀드 제외) 16개 중 12개 종목이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하락한 가격에서 거래를 마쳤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증시가 부진한 데 이어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공모주 투자심리도 급격히 식었다.

공모주 부진과 탄핵정국 여파 등에 최초 제시했던 희망범위보다 대폭 깎인 가격에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곳도 수두룩하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시행한 11개 기업 중 7곳의 최종 공모가는 기존 희망범위를 밑도는 가격에 확정됐다.

일부 예비상장기업은 상장 흥행을 위해 아예 수요예측 전부터 공모 규모나 가격을 낮추는 강수를 두고 있다.

내년 1월 수요예측을 앞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넛은 지난 13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모주식수를 기존 170만주에서 90만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공모 규모 축소는 상장 조달 자금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에겐 불리하지만, 투자자에겐 상장 당일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 긍정적이다. 공모주 시장이 지속 부진하자 주관사 측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를 택했던 기업도 공모가를 대폭 낮춰 내년 1월 상장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기존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낮췄다.
내년 1월 2일부터 수요예측에 나선다.

시장에서는 내년 공모주 시장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박제우 코레이트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 한파와 겹친 공모주 시장 부진이 오히려 기관과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주를 객관적으로 선별토록 하는 '정상적' 환경을 만들었다"며 "내년 상반기 LG CNS 등 대어급들이 증시 입성을 앞둔 만큼 공모주 시장 관심도 다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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