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선고날 무슨일 벌어질지 몰라" 과격시위에 떠는 상인들 [르포]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13 18:06

수정 2025.03.13 18:06

헌법재판소 주변 상권
탄핵심판 선고 앞두고 불안 고조
"박 前 대통령때보다 더 폭력적
혹시 피해 입을까 매일 가게 지켜"
경찰 강력대응 호소 목소리도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찬반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찬반 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지면서 헌법재판소 인근 자영업자와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주변 학교와 유치원 등은 선고 당일 하루 동안 휴교·휴원로 집회의 폭풍을 피해 갈 방침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의 상인들은 손님 한 명 없는 자신들의 가게를 지키며 창밖의 탄핵 반대시위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이따금씩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도 많았다.

상인들은 과격한 시위로 인해 선고 당일 영업할 경우 피해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열쇳집을 운영하는 80대 A씨는 "집회가 너무 과격하다"며 "선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섭다. 가게가 부서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상대방에게 험한 말을 내뱉는 이들의 증오심이 선고 당일 한 번에 터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날 아예 장사를 접는다는 가게도 있었다. 전집 사장 김모씨(44)는 "선고 날 점심 장사만 하고 저녁에는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 때보다 시위가 과격해졌다. 무서워서 일단 몸이라도 피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안모씨(40)는 피해를 걱정하면서도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탄핵심판이 열릴 때마다 가게 앞 도로가 통제돼 장사는 안됐다"며 "그럼에도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시위로 가게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 가게를 지키고 있다. 만약을 대비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교문을 닫고 학생들에게 등교를 하지 말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헌재 반경 1㎞ 안팎의 재동초병설유치원, 운현유치원, 재동초, 운현초, 교동초, 덕성여중·고, 중앙중·고, 경운학교(특수학교), 대동세무고 등 11곳은 휴교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상인의 피해 우려해 종로3가역 일대 노점상의 영업 휴무를 최근 요청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선고 당일 많은 인파가 헌재 인근에 몰릴 것을 예상되기 때문에 통행 등에 방해가 되는 입간판, 배너, 화분, 의자 등을 가게 안으로 옮겨달라고도 상인들에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선고 당일 종로구, 중구 일대를 8개 지역으로 나눠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최고 경비단계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경력을 총동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총경급이 8곳의 지역장을 맡아 112 신고를 비롯해 안전과 질서유지 등 모든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부터 8개 권역에 대한 야외기동훈련(FTX)을 실시하고 선고 전까지 32개팀(230여명)을 나눠 사전 배치한다. 도보 순찰을 통해 안전 위해요소도 사전 점검할 예정이다.

그러나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도 헌재를 향해 '탄핵 반대'와 '찬성'이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헌재를 밀어버려야 한다는 위협적인 발언도 쏟아냈다. 경찰은 헌재 주변을 경찰버스를 완전히 봉쇄하는 방식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했지만 공중으로 울려 퍼지는 이들의 외침을 막지 못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양모씨(65)는 "매일 상대를 욕하고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는데도 경찰들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며 "선고 당일에라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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