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
파키스탄·우간다 등서 ODA 앞장
현지환경 함께 고민하고 해법 찾아
농기자재 수출 연결로 성과 지속
파키스탄·우간다 등서 ODA 앞장
현지환경 함께 고민하고 해법 찾아
농기자재 수출 연결로 성과 지속

파키스탄은 세계 9위 감자 생산국이지만 감자 재배의 출발점인 '씨감자'는 수입에 의존해왔다. 건강한 씨감자를 생산하지 못하면 품질도 생산성도 담보할 수 없는 구조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한국이 풀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무병 씨감자 기술을 기반으로 파키스탄은 지난해 씨감자 165t을 자체 생산했다.
지난 2020년 설립된 파키스탄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는 수경재배, 망실하우스, 태양광 발전시설 등 현지에 적합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국 연구진이 현지에 상주하며 조직배양과 생산기술을 직접 교육했다.
씨감자 종합생산단지도 확장·준공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국가 차원의 농업 개발사업으로 채택했고 2028년까지 16만t 보급, 씨감자 수요의 30% 자급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기술이 단순 지원을 넘어 현지 농업을 변화시키는 실질적 동력이 된 것이다.
김황용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사진)은 "KOPIA는 단순한 기술이전 방식이 아니라 현지 농업 문제를 함께 분석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공동으로 설계하는 협력 플랫폼"이라며 "수원국 정부기관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기술 수용성이 높고, 정책 연계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20개국에 KOPIA를 운영 중이다. 시범마을 중심의 패키지 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28건에 달한다.
성과는 파키스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오렌지 시범마을에서는 수형 관리, 빗물 활용 등의 기술을 적용한 결과 오렌지 생산성이 206%, 농가 소득은 156.8% 증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Global Future Fit Award'를 수상하며 국제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농진청은 ODA 사업 성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농기자재 수출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김 국장은 "청이 보유한 해외농업 ODA 인프라를 해외에서 한국형 종합 기술을 실증 적용할 기반으로 활용하게 할 계획"이라며 "해외진출 역량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의 낙농 ODA 사업이 산업형 모델의 대표 사례다.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이 참여해 인공수정, 사양, 질병관리 기술을 통합한 'K낙농 기술패키지'를 제공했다. 이 패키지에는 번식, 사양, 질병관리 기술과 관련된 농기자재 및 동물약품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현지 젖소의 하루 산유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김 국장은 "성과가 축적되면 우즈베키스탄을 거점으로 삼아 중앙아시아 전역의 낙농산업 전후방 수출시장 진출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농기자재 수출은 품목과 지역 모두에서 편중돼 있다. 게다가 농기계 업체 630여곳 중 90%가 직원 10명 미만의 소상공인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해외진출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김 국장은 "개도국은 복잡한 농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원한다"며 "한국형 농기자재 패키지를 해당국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종합 솔루션 수출 방식으로 ODA 사업지에 제공하면 수원국은 농업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등 ODA 성과를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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