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MBN, 공식 입장 없이 폐지 가능성 밝혀
제작사, 긴급보고회… 정면돌파 나설지도 주목
제작사, 긴급보고회… 정면돌파 나설지도 주목

[파이낸셜뉴스] 아이돌 가수가 되기 위해 15세 이하 여성 아동 청소년이 경쟁하는 MBN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UNDER15)이 미성년자 성 상품화, 아동학대 비판을 받으면서 폐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방송사 관계자가 방송 폐지 입장을 전달했지만,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는 언론을 상대로 긴급보고회를 진행하면서
방송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방송 폐지" 한 목소리
여성의당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MBN 사옥 앞에서 '여아 성 상품화, 착취로 굴러가는 방송 엔터산업 규제하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진숙 여성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뿌리 깊은 성착취와 성 상품화로 얼룩져 있다”며 “더 이상 아이들의 꿈을 볼모 삼아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정당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문체부와 노동부 역시 이를 손놓고 방치하며 방송·엔터산업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범대 재학 중인 A씨는 교육 현장을 이야기하며 방송의 부적절함을 설명했다.
A씨는 “교육봉사를 위해 현장에 가면 어린 여학생들이 자신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든다며 마스크를 쓰거나 다이어트를 하는 걸 많이 봤다. 외모 지상주의 사회가 되면서 자존감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엔터·방송산업은 미디어의 ‘교육적 영향력’을 생각해야 하며 MBN은 언더피프틴을 즉각 폐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시민단체들도 줄줄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어린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경쟁을 부추겨 과도한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가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행위는 명백한 아동 학대"라며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논란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심각한 인권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교사들도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여성 어린이는 여성 혐오적이고 아동 혐오적인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약자"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어린이·여성 출연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MBN 방영 계획 전면 철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및 성 상품화 기준 마련, 엔터테인먼트 산업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역시 20일 "여성 아동에게 신동·데뷔·성공이라는 언어로 아동의 성적 대상화를 긍정적인 것으로 오인하게 하고, 내재된 성적 대상화의 의미를 숨기고 장래를 위한 멋진 도전인 양 프로그램에 동원하는 건 아동 노동 착취이자 성 착취"라며 "제작사는 출연자들이 겪게 될 정서·신체상 영향과 프로그램 콘셉트가 아동들에 대한 인식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언더피프틴은 무슨 프로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만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 세대교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들 중 인종과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신동들이 참가한다.
제작사는 크레아스튜디오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원조 기획자로 ‘K-트롯 오디션’이라는 장르를 방송계에 도입한 서혜진 대표가 독립후 설립한 회사로 이날 오후 언더피프틴과 관련해 긴급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비판이 제기된 건 최근 공식 계정을 통해 59명 참가자들의 프로필과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긴 프로필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부터다. 프로필을 보면 언더피프틴에는 2016년생 만 8세 참가자가 5명이나 된다. 이들을 포함해 59명 중 24명이 초등학생이다.
특히 참가자들이 나이에 맞지 않는 메이크업을 하고 크롭톱 등 노출 의상을 입은 채 성인처럼 댄스를 추는 모습이 담겨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공개된 홍보용 사진에 초등학교 여학생 참가자들 아래 바코드까지 달면서 문제를 키웠다. 이날도 여성의당 관계자는 "여자 아이들을 상품 취급하듯 바코드를 매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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