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한동하의 본초여담] 부인의 두통과 현훈에 OOOOOOO이 특효했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3.29 06:00

수정 2025.03.29 08:35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은 명나라 때 명의인 장개빈이 창방한 것으로 <난실비장(蘭室祕藏)>에 처음 수록되었는데, 요즘 임상에서도 두통과 어지럼증 치료에 다용되고 있다(Chat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은 명나라 때 명의인 장개빈이 창방한 것으로 <난실비장(蘭室祕藏)> 에 처음 수록되었는데, 요즘 임상에서도 두통과 어지럼증 치료에 다용되고 있다(Chat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옛날 한 마을에 범천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의 부인이 병에 걸렸다. 부인은 평소에 비위(脾胃)가 약해 소화기 증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크게 놀란 이후로 때때로 번조, 흉중의 답답함, 대변불통이 생겼다.

그러다가 기운이 울체되어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증상이 크게 일어났다.

무엇보다 속이 느글거리면서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부인은 남편에게 “아랫배와 손발은 찬데, 머리에서는 열감이 오르며 깨질 것처럼 아픕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범천래는 “지난번 놀란 일로 인해 부인에게 속열이 생긴 듯하오.”라며 인근 약방에서 소풍환(疏風丸)을 처방받아 왔다.

부인은 힘이 들어 거동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편만이 약방에 가서 부인의 증상을 말로 설명하고서는 처방을 받은 것이다.

소풍환(疏風丸)은 당귀, 생지황, 황금, 황백, 황련, 숙지황, 황기로 구성된 처방으로, 음허로 인해 열이 나고 식은땀, 얼굴이 화끈거리며 가슴이 답답하고 변비가 있으면서 소변이 붉은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다. 하지만 부인은 비위가 약한 체질인데, 이 처방은 주로 냉한 성질의 약들로 구성되어 있어 소화가 잘 안될 가능성이 있었다.

부인이 소풍환 40환을 복용하자 대변은 바로 나왔다. 그러나 다른 병세는 전혀 줄지 않았다.

남편은 “복용량이 부족한 것 같소이다.”라며 다시 70~80환을 더 복용하게 했다. 그러자 설사를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원래의 증상은 전혀 낫지 않았다.

심지어 부작용이 나타났다. 부인은 설사 후 구토하며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되었다. 가래는 걸쭉하고 끈적한 것이 끊임없이 올라왔으며, 눈이 어두워지고, 어지럼증과 오심, 번민이 나타났고, 숨은 짧아지고 기운도 없었다.

기침할 힘조차 없고, 말하자면 심신이 혼란스러우며, 눈을 뜰 수도 없고, 마치 바람과 구름 속에 있는 듯했으며, 머리는 찢어질 듯 아프고, 몸은 산처럼 무겁고, 사지는 차가워 눕는 것도 편치 않았다.

범천래는 급히 부인을 데리고 약방을 찾았다. 이번에는 소풍환을 처방받았던 곳이 아니라, 명의로 소문난 다른 약방이었다. 그곳엔 장개빈이라는 명의가 있었다. 범천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소풍환을 먹였던 일도 이야기했다. 장개빈이 진찰을 마친 뒤 말했다.

“부인은 위기가 이미 손상된 상태에서 소풍환으로 설사를 시켜 위기를 더 손상시켰소. 결국 담궐(痰厥)로 인한 심한 두통이 발작한 것이오. 비위가 이렇게 약한 환자에게 어찌 소풍환을 먹였단 말이오?”
당황한 범천래가 “담궐이라니요?”라고 묻자 장개빈은 설명했다. “부인은 지금 비위허로 인한 담증(痰症)이 있소. 눈 주위가 묵을 바른 듯 어두운 색을 띠고, 얼굴이 때 낀 듯 지저분한 것이 바로 담증의 징조요. 담궐은 담으로 인해 생긴 궐증으로, 기혈이 돌지 못하고 담과 타액이 가득 차 머리로 치솟는 것이오. 그러니 머리가 싸맨 듯 무겁고, 눈이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쁘고, 트림이 나고, 말을 제대로 못 하며, 어지러워 쓰러질 듯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외다.”
범천래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장개빈은 이렇게 말했다. “이럴 때는 담궐두통에 탁월한 반하백출천마탕이 특효일 것이오.”
범천래는 처방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약을 달이기 전 약포지를 열어보니, 안에는 귤껍질(진피), 보리길금(맥아), 인삼, 황기, 천마, 생강을 말린 건강 외에도 처음 보는 약재들이 있었다. 반하, 백출, 신국, 창출, 백복령, 택사, 황백 등이 그것이었다. 그는 장개빈의 말대로 생강 5쪽을 넣어 정성껏 달여 아내에게 복용하게 했다.

부인은 반하백출천마탕을 복용한 후 평소 불편하던 위장장애는 물론 가슴이 답답하며 나타났던 두통까지 모두 사라졌다.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은 비위가 허약하여 생긴 담궐두통(痰厥頭痛)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몸이 산처럼 무겁고, 사지는 싸늘하며, 구토와 어지럼이 있고, 바람이나 구름 속에 있는 듯 눈조차 뜰 수 없는 증상을 치료하는 명방이다.

그날 오후, 어떤 임신부가 약방을 찾았다. 번열이 나고 가래를 토하며 음식을 먹기 싫어하고,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호소했다. 장개빈은 진찰을 마치고 말했다.

“부인의 증상은 비허(脾虛)와 풍담(風痰)으로 인한 것이오. 속이 느글거리며 토할 듯하고 어지러움이 동반되는 건 그 때문이오.”
그는 이 부인에게도 반하백출천마탕을 처방했다. 임신부가 몇 첩을 복용하자 기운이 나기 시작했고, 이후 제반 증상이 차츰 호전되었다. 다만 머리 어지러운 증상만은 남아 있어, 장개빈은 보중익기탕에 만형자(蔓荊子)를 가미해 양기(陽氣)를 끌어올리고 보하자 증상이 모두 나았다.

이처럼 반하백출천마탕은 제반 담증(痰症)과 함께 담궐두통을 치료하는 명방이다. 관련 병증은 현대의학적으로 전정 편두통, 메니에르병, 자율신경 실조증 같은 기능성 어지럼 및 두통 증후군과 유사하며, 특히 오심·구토를 동반한 위장장애와 함께 어지럼증, 두통이 복합된 증상군에 매우 효과적이다.

담궐두통이란 위장기능 저하나 담열로 인한 두통으로 속이 더부룩하면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유형이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위장형 두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집에서 소화불량과 함께 체기가 있으면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면 단순히 진통제보다 손에 있는 합곡, 내관과 발등의 함곡, 태충 같은 혈자리를 지압하면 좋다. 또한 백출차나 생강차, 무즙 등으로 위장을 편안하게 하면 두통이 완화된다.

반하백출천마탕은 명나라 명의 장개빈이 창방한 것으로, 그의 저서 <난실비장>에 처음 수록되어 있다. 이후 <경악전서>의 두통 및 현훈 편에서도 대표적 처방으로 다시 소개되며, 현재까지도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 제목의 ○○○○○○○은 ‘반하백출천마탕’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출처

<난실비장(蘭室祕藏)> 半夏白朮天麻湯. 范天騋之內, 有脾胃證, 時顯煩燥, 胸中不利, 大便不通, 而又爲寒氣怫鬱, 悶亂大作, 火不伸故也. 疑其有熱, 服疎風丸, 大便行, 其病不減 恐其藥少, 再服七八十丸, 大便復見兩行, 元證不瘳. 增以吐逆, 食不能. 停痰唾稠粘, 湧出不止, 眼黑頭旋, 惡心煩悶, 氣短促, 上喘無力, 以言心神顚倒, 目不敢開, 如在風雲中, 頭苦痛如裂, 身重如山, 四肢厥冷, 不得安臥. 余料前證, 是胃氣已損, 復下兩次, 則重虛其胃, 而痰厥頭痛, 作矣. 與此藥而治之. (반하백출천마탕. 범천래의 부인의 병례이다. 이 환자는 원래 비위 쪽에 증상이 있었는데, 때때로 번조, 흉중의 답답함, 대변불통이 있었으며, 또 한기가 울체되어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증상이 크게 일어났다. 화(火)가 제대로 퍼지지 못한 탓이었다. 열이 있다고 의심해 소풍환을 복용하게 했더니 대변은 나오게 되었지만 병세는 전혀 줄지 않았다. 약이 부족한가 싶어 다시 70~80환을 더 복용하게 했더니 대변은 다시 나왔지만, 원래의 증상은 전혀 낫지 않았다. 이후 구토가 생기고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되었다. 가래는 걸쭉하고 끈적한 것이 끊이지 않고 올라왔으며, 눈이 어두워지고 어지럼증, 오심과 번민, 호흡이 짧고 기운이 없고, 기침할 힘도 없었다. 말하자면 심신이 혼란되어 눈은 감지도 못하고, 마치 바람과 구름 속에 있는 듯했으며, 머리는 찢어질 듯 아프고, 몸은 산처럼 무겁고, 사지는 차가워 눕는 것도 편치 않았다. 내가 이 증상을 살펴보니 위기가 이미 손상되었고, 거듭된 하법으로 인해 위기를 더욱 손상시켜 결국 담궐로 인한 심한 두통이 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반하백출천마탕을 처방해 치료하였다.)
<동의보감> 半夏白朮天麻湯. 治脾胃虛弱, 痰厥頭痛. 其證, 頭苦痛如裂, 身重如山, 四肢厥冷, 嘔吐, 眩暈, 目不敢開, 如在風雲中. 半夏(製), 陳皮, 麥芽(炒) 各一錢半, 白朮, 神麴(炒) 各一錢, 蒼朮, 人參, 黃芪, 天麻, 白茯苓, 澤瀉 各五分, 乾薑 三分, 黃柏(酒洗) 二分. 右剉, 作一貼, 薑 五片, 水煎服. (비위가 허약하여 생긴 담궐두통을 치료한다. 그 증상은 다음과 같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프고 몸이 산처럼 무거우며, 사지가 싸늘하고 토하며 어지럽고, 바람이나 구름 속에 있는 것처럼 눈을 뜰 수 없다. 반하(법제한 것), 진피, 맥아(볶은 것) 각 1.5돈, 백출, 신국(볶은 것) 각 1돈, 창출, 인삼, 황기, 천마, 백복령, 택사 각 5푼, 건강 3푼, 황백(술로 씻은 것) 2푼. 이 약들을 썰어서 1첩으로 하여 생강 5쪽을 넣고 물에 달여 먹는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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