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계 무역 체계의 기본 기둥이 흔들렸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면서 "(무역 체계가) 붕괴되고 모든 게 양자 관계화 된다면 약소국들엔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처럼 세계 무역에 민감한 약소국들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진심으로 글로벌 무역 전쟁이 두렵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전 세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싱가포르에 매긴 관세는 10%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국제 금융·상업 도시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주 대국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세계화 및 자유무역 시대의 종말을 알린다며 '자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이며 위험한 시대'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압박받고 소외되고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도 싱가포르에 골칫거리다.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으로 서방과 중국을 연결하는 역내 금융·상업 허브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의 무역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배가 넘는다. 그만큼 국가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막대하다.
미국이 중국에 34% 상호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34% 추가 보복 관세와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보복을 철회하지 않으면 5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추가 반격을 벼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싱가포르에 각각 1위, 3위 규모의 무역 파트너로, 싱가포르가 미중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섬세한 과제를 떠안았다고 F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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