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손에 달린 환율… 외국인 증시자금도 변동성 좌우 [고환율 뉴노멀 시대 (상)]
1500원대 환율 '뉴노멀' 정착
연준 금리 올리면 상방압력 가중
고환율보다 속도가 더 큰 문제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여전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손에 달렸지만 속도는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자금 유출입이 좌우한다는 인식이 짙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당 1500원대가 새로운 기준선이 된 만큼 레벨보다는 변동성이 기업과 금융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연준만큼 외국인투자자가 관건
5일 파이낸셜뉴스가 매크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달러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복수 투표)으로 모두가 '연준의 통화정책'을 꼽았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및 외국인 주식자금 수급' '국내 경기 상황 및 경상수지 등 무역 실적'도 요인으로 봤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를 결정짓는 근간은 연준의 기준금리 움직임이지만 국내 증시에서의 자금 수급과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환전도 그에 못지않은 변수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현시점에서 원·달러 환율 상향 요인을 물은 결과(단수 투표)에선 이 같은 인식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났다. 10명 가운데 6명이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을 택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3명이었고, 대미투자 압력이 1명이었다. 당장의 환율 상방 압력을 형성하는 주체는 빠져나가는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외국인투자자의 행태에 집중하는 것은 연준 태도가 매파적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실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받고 있기도 해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를 내비쳤으나 명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은 하지 않았고, 점도표 역시 18명 위원 중 9명이 '인상'에 투표했지만 워시 의장이 동결에 점을 찍었다면 '비긴축'이 과반이다. 최근 미국 6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5만7000건으로 나오면서 시장 예상치(11만건)의 절반 수준에 그친 점도 긴축 압력을 뺐다.
그러나 향후 경로에 있어 위험요인은 단연 연준이다.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충격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2~3회 지속되는 사이클이 된다면 강달러와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로 달러 수급이 더 빠듯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의 자금조달 압박과 기대수익률 하락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며 "국내 증시 조정 및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을 유발해 환율의 급격한 상방 압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 레벨 아닌 변동성을 봐야
환율 1500원은 이미 새로운 하단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이후 이달 3일까지 34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레벨 자체는 높다"고 인정했다. 다만 경제·외환시장 규모가 커지고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환율이 멈춰있을 순 없다. 새로운 지점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변동성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투기적 거래가 끼어들 유인이 커지고, 실물경제를 흔들 수도 있다. 환율 상승 시 물건을 제값보다 비싸게 사와야 하는 수입기업이, 내리면 수익을 손해 봐야 하는 수출기업이 불리해진다. 환헤지 비용 증가, 어려워지는 계약 및 가격 책정 부담도 더해진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환율 레벨보다는 속도와 변동성이 문제"라며 "수급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오버슈팅-자본유출-추가 약세'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특정 레벨을 고수하기보다 변동성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그 원인으로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경제 대외의존도'를,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달러 수급 불균형'을 지목했다.
국내 외환시장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은 점도 환율 떨림에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변동에 따른 민감도는 높지만 외환시장 규모는 선진국 대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도 "주식은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위험 선호에 따라 빠른 유출입이 이뤄지는 반면, 외환시장에서의 통화는 한정적이므로 (시장이 작으면) 그 자금 수급을 받아줄 깊이가 얕아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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