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로 명성을 떨치다 도산 전문변호사로 변신한 법무법인 지평지성 홍성준 파트너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는 “판사는 판단자로 담당 사건마다 에너지를 집중해 고민하지만 변호사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도전적인 일들을 해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7년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 홍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춘천지법을 거쳐 2004년부터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로 경험을 쌓은 뒤 2008년부터 변호사로 전환했다.
판사 시절 국제거래, 상사, 조세, 노동산재, 토지수용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지만 결국 도산 분야를 전문으로 택하게 된 것은 파산부 판사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홍 변호사는 “파산부 판사를 맡으면서 비법률적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며 “기업 운영이나 인수합병(M&A) 관련 현상을 이해하려면 경영학 지식 또는 회계 이해, 무엇보다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회사원’에 대한 인간적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일반 재판 업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파산부 판사 시절 그는 진로, 동아건설, 일화 등 굵직한 기업 회생사건을 맡아 ‘판사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이름을 높였다. 그가 담당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은 사건은 단연 진로 M&A건. 당시 진로는 막대한 부채로 법정에 갔지만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1위, 영업이익 연 2500억원 수준의 우량기업으로, 입찰서만 14상자 분량에 달하는 등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홍 변호사는 입찰서를 검토하기 위해 무작위로 상자를 뜯었는데 첫번째로 손에 잡힌 것이 진로를 인수한 하이트 컨소시엄이었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길지 않은 파산부 생활이었으나 홍 변호사를 거쳐 회생한 기업은 적지 않다. ‘맥콜’이라는 음료수로 유명한 일화 회생사건도 홍 변호사의 손을 거쳤고 5년 이상 파산절차에 묶여 있던 동아건설의 극적인 제3자 M&A 사건도 있었다.
홍 변호사는 “파산 상태였던 동아건설이 M&A를 통해 정상기업으로 돌아온 매우 이례적 사건으로, 당분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호사 개업 후 담당한 것은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 사건이 있다. 통상 법정관리 신청 후 M&A가 진행되는 것과 반대로 인수 상대방을 비롯한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사실상 법원 승인만 거친 특이한 사례다. 홍 변호사는 “1년 전 사전 M&A 당시 임직원 수 3∼4명에 자금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회사였는데 회생 절차를 모두 마친 지난달 상업운항을 재개했다”며 “임직원의 회사에 대한 열정, 투자자의 결정, 법원의 협력으로 무너졌던 사업을 다시 세웠다는 점에서 도산 전문변호사가 사회에 무엇인가 기여한 것 같아 보람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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