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 은행 대출 많고 일부 기업은 강제로 청약.. 투자자 안전망 확충 시급
M생명 A과장은 요즘처럼 아내 얼굴 보기가 괴로운 적이 없었다.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언제 구조조정이 될지 모르는 데다, 어렵사리 사뒀던 우리사주 주가가 폭락하면서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사촌 동생이 불과 1년 사이에 우리사주로 1000만원을 4000만원까지 불렸다고 자랑할 때면 부러웠습니다. 재태크라야 고작 펀드투자였지만, 앉아서 돈방석에 앉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은행빚을 내 지난 6월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했다. 3.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배정을 받았다.
딱 거기까지였다. 시초가 7400원으로 시작했던 M생명의 주가는 줄 곳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 4일 578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A과장은 은행이자에 원금상환까지 걱정해야할 처지다.
직장인에게 대박을 터뜨리는 '잭팟'으로 인식됐던 우리시주가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대박 노리다 쪽박 찰라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상장한 M생명은 총 공모주식(4539만9976주)의 20%인 907만9996주를 우리사주 물량으로 배정했다. 하지만 상장 후 주가는 줄곧 공모가(7500원)을 하회하고 있어 수익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이날 M생명 주가는 상장 당일 종가 대비 20% 하락한 57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리사주조합이 배정받은 물량의 평가이익은 680억원(공모가 기준)에서 524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과거 유상증자 때 떠안은 물량도 애물단지가 됐다. 실제 M생명이 지난 2007년 주당 1만2000원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은 200억원 규모의 물량을 배정받았다. 이듬해인 2008년 역시 유증을 하면서 185억원에 달하는 물량이 우리사주조합의 몫으로 돌아갔다. 단순 공모가와 비교해도 주당 4500원의 평가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M생명 한 직원은 "반신반의 와중에 회사 차원에서도 참여를 적극 권하면서 대출까지 받아 청약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대출금 상환 생각만 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노션 역시 상장 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100만200주(680억원) 모두 청약이 완료된 바 있다. 상장 당시 이노션 우리사주 조합원이 628명인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평균 배정된 주식은 약 1592주다. 하지만 이날 종가는 5만5000원을 기록하는 등 공모가(6만8000원)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면서 주당 1만3000원 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올해 상장한 세화아이엠씨, AJ네트웍스, 엔에스쇼핑도 공모가를 밑돌거나 턱걸이 중이다.
■"손실폭 축소 안전망 확충해야"
시장에서는 쪽박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당장 팔고 싶어도 털어버릴 수 없어서다. 우리사주는 배정 후 1년간 매도가 금지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상당수가 자기 돈보다는 은행에서 대출로 주식을 사기 때문에, 부담은 두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우리사주 취득 자금은 금융기관 차입(70.9%)이 절대적이었다.
일부 기업은 우리사주 청약률이 공모 흥행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청약을 강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상장 전 공모가를 잘 받기 위해 무엇보다 겉으로 보이는 실적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어 상장 후 주가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면서 "원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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