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것은 경제제재 때문이 아닌 권력을 유지하려는 김정은 일가의 욕심 때문입니다."
지난 2007년 탈북한 인권운동가 박연미씨는 트위터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적인 고통의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국제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해 여러 기구들이 전방위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한 데 대해 새터민을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해 예년에 비해 다소 완화된 표현을 썼다. 정부에 의한 불법적 살해·강제 실종, 당국에 의한 고문, 공권력에 의한 구금, 정치범수용소 등 북한 사회 전반에 걸친 인권 문제를 나열했다.
2017년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고 했던 내용과 달리 완곡하게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졌다는 평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유린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을 우선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인권보고서 서문을 통해 '미국의 정책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그들의 전력(record)과 상관없이 다른 정부들과 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인권 전력이 심각한 것은 인정하나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외교적 협상에는 나설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북 경제제재에는 단호한 입장과 달리 북한의 인권 문제에는 눈을 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북한을 올해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HRW는 "지난해 북한, 한국, 미국 정상들이 회담을 통해 비핵화 이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간 반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면서 "인권 문제는 비핵화 이슈를 포함해 북한과 협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기본적이고 불가결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연미씨는 북한 인권문제가 시간을 다투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수용소에서 굶거나 고문을 당하지 않고 중국에 노예로 팔려가 강간 당하는 일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당신이 편안하고 따뜻한 침대에서 일어나는 내일 아침에 그들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공적인 북·미 회담을 위해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니, 사람이 인권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누가 나선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북한을 떠난 새터민들 또한 북한이 정치적인 면에서 이전에 없던 협상에 나서는 환영할 만한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2008년 탈북한 한 새터민은 북한인권 분야 대표 NGO LiNK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북·미 회담으로 김정은의 이미지가 정상적인 리더로 보여지게 된다면 앞으로 국제사회에는 그가 국민들을 억압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실상을 인지하고 정상회담을 통해 보여지는 정치적인 면으로만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글로벌콘텐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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