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오이 덩굴싹 모방한 인공근육 개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7.12 07:53

수정 2019.07.12 07:53

오이줄기. 게티이미지 제공
오이줄기. 게티이미지 제공


오이 줄기가 위로 자라기 위해 지지대를 찾아 단단하게 휘감을 수 있는 스프링처럼 생긴 덩굴싹이 나온다. MIT 연구진들이 오이의 덩굴싹이 휘감아 당기는 메커니즘을 모방해 인공근육에 사용할 수 있는 수축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향후 이 수축섬유를 이용해 로봇의 팔이나 다리, 혹은 의수, 의족 개발도 가능할 전망이다.

MIT 박사 후 메흐메트 카닉과 MIT 대학원생 시르마 아르구아가 이 새 섬유를 개발했으며 폴리나 아니케바, 요엘 핑크, 아난타 찬드라카산, C. 켐 타안 교수가 섬유를 뽑아내는 기법을 사용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고분자를 하나의 섬유 가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자극에 반응하는 유압시스템, 서보모터, 형상기억금속, 고분자 등 인공근육을 만드는 여러 방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모두 무겁거나 반응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반면, 새로운 섬유 기반 시스템은 매우 가볍고 빠르게 반응한다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이 연구결과는 12일 사이언스지에 보도됐다.

이 새로운 섬유 공정의 핵심은 열을 가했을때 팽창 속도가 서로 다른 두 재료를 결합하는 것이다. 결합된 재료에 열이 가해지면 더 빨리 팽창하려는 면이 다른 재료에 의해 제지된다. 그 결과 접합된 재료가 더 느리게 팽창하는 쪽으로 구부러진다.

연구진은 매우 신축성 있는 사이클릭 복합체 엘라스토머와 훨씬 더 단단한 열가소성 폴리에틸렌을 사용해 섬유를 만들었다. 이 섬유는 원래 길이의 몇 배까지 뻗어 있을 때 자연적으로 단단한 코일로 이뤄져 오이가 생산하는 덩굴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그 다음 일어난 일은 연구원들이 처음 경험했을 때 실제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니케바는 "이 사건에는 많은 우연한 사건들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카닉이 처음 코일섬유를 집어들자 손의 열만으로도 섬유가 더 단단하게 휘어졌다. 그 관찰을 따라, 그는 온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섬유가 조여져 놀라울 정도로 강한 당김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기온이 내려가자마자 섬유는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아니케바 연구원은 "실험에서 수축과 팽창을 1만번 반복해도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아니케바는 "상온에서도 모든 것이 작동하고 단 1도만 올라가도 섬유 수축을 시작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수축과 팽창 과정을 오래 지속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섬유는 몇 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미터)에서 몇 밀리미터(천분의 1미터)까지 굵기가 다양하고 수백 미터 길이에 이르는 묶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아르구아와 카닉은 섬유조직을 테스트하는 축소모델을 개발해 실험한 결과, 섬유 한가닥이 섬유의 무게보다 최대 650배까지 들어올릴 수 있었다.

섬유에 열을 가할때 발생하는 수축 정도는 섬유가 가지고 있는 초기 신축성 정도를 밝히는데 프로그래밍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료는 필요한 힘의 양과 그 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온도차에 맞춰 조정될 수 있다.

섬유는 섬유 자체에 다른 구성 요소를 통합할 수 있게 하는 섬유 추출 시스템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섬유 추출은 프리폼이라고 불리는 소재의 오버사이즈 버전을 만들어 재료가 점성이 되는 특정 온도까지 가열한다. 그러면 태피를 당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잡아당겨 내부 구조를 유지하지만 프리폼 폭의 작은 일부분인 섬유질을 만들 수 있다.

연구원들은 실험 목적으로 섬유에 전도성 나노와이어의 메쉬를 코팅했다. 이러한 메쉬는 섬유에 가해지거나 입힐 수 있는 정확한 장력을 나타내기 위해 센서로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섬유들은 광섬유나 전극과 같은 발열체를 포함할 수도 있고, 근육 수축을 위해 외부 열원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발열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섬유는 가볍고 빠른 작동시간이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로봇 팔이나 다리 또는 인공 손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어떤 의수는 무게가 13키로나 나가는데 무게의 대부분이 공압식 혹은 유압식 작동기가 차지한다. 따라서 가벼운 무게의 작동기는 보철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을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아니케바는 "이 섬유는 길이에 따라 수십 밀리초에서 몇 초까지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동맥에 사용하는 의료 로봇과 같은 작은 생물의학 장치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기 위해 섬유조직이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섬유들을 엮어서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섬유를 100개 엮어 실험하는데 성공했다. 섬유를 뽑아내는 공정을 통해 센서를 섬유에 집어넣어 의족과 같은 조건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아르구아는 "폐회로 피드백 메커니즘과 함께 결합된 근육 섬유는 자동적이고 정밀한 제어가 필요한 로봇 시스템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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