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닥터 벤데타' 김선웅 원장 공판, 최종 변론 6월로 밀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5 14:00

수정 2020.04.25 13:59

공판정에 지지자 가득 모여
'권대희 사건' 이나금씨도 찾아
[파이낸셜뉴스] 24일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고등법원 서관 404호. 코로나19 이후 한산했던 법정 앞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준비해온 스티커와 인쇄물을 나누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닥터 벤데타’로 유명세를 얻은 김선웅 원장 형사공판을 참관하러 온 이들이다.

성형외과전문의로 천안에서 병원을 운영해온 김 원장은 지난 2013년 발생한 그랜드성형외과 여고생 사망사고 이후 성형외과에 만연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령수술’과 싸워온 인물이다. 당시 이 성형외과에서 눈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은 여고생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끝내 사망하자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진상조사를 벌였는데, 김 원장은 이때 의사회 법제이사로 조사에 참여했다.


의사회가 사기 등의 혐의로 이 병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병원 측은 의사회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등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이날 공판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출신으로 한국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해온 김선웅 원장(왼쪽)이 24일 재판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문제점을 역설하고 있다. 김 원장 곁에 '권대희 사건' 유족 이나금씨도 함께 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 출신으로 한국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해온 김선웅 원장(왼쪽)이 24일 재판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문제점을 역설하고 있다. 김 원장 곁에 '권대희 사건' 유족 이나금씨도 함께 했다. 사진=김성호 기자

■법정 가득 메운 '닥터 벤데타' 지지자

이날 재판은 김 원장이 피고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35분여의 변론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높았다.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30여명의 지지자가 모여든 것도 이 때문이다. 재판정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마스크에 붙인 스티커와 손에 든 프린트물로 김 원장에게 말없는 응원을 보냈다.

법원 보안관리대원이 규정에 따라 스티커를 떼고 팻말을 내리도록 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그동안 고발인 측이 고용한 법무법인 태평양 측 변호사는 홀로 참석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날 공판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검찰의 의견서 제출이 늦어지며 변론이 한 차례 연기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의견서에서 ‘주요부문이 허위임이 인식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기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다”며 “피고인 입장에서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게 된 근거가 무엇인지, 적시한 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얼마만큼 적절하고 충분한 조사를 했는지 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의 명예훼손 사건과 같이 입증책임을 피고인에게 지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은 문제가 된 게시물을 올렸을 당시 그것을 사실이라 믿기까지의 준비 및 조사과정의 상당성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다음 공판기일은 6월 5일로 지정됐다.

김 원장은 법원 앞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내가 문제삼는 건 의료사고가 아니라 범죄”라며 “다음 재판에서 성형외과 유령수술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겠다”고 강조했다.

고 권대희 의료사고 사망사건 수술실 CCTV 영상. 당시 권씨 혈압이 80까지 떨어지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났음에도 간호조무사는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김선웅 원장은 이 CCTV 영상을 분석해 병원 측의 문제를 낱낱이 고발하는데 도움을 줬다. 권씨 유족 제공.
고 권대희 의료사고 사망사건 수술실 CCTV 영상. 당시 권씨 혈압이 80까지 떨어지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났음에도 간호조무사는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만지고 있다. 김선웅 원장은 이 CCTV 영상을 분석해 병원 측의 문제를 낱낱이 고발하는데 도움을 줬다. 권씨 유족 제공.

■고 권대희 母 이나금씨도 지지

이날 재판엔 2016년 신사역 인근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수술을 받다 사망한 고 권대희씨 어머니 이나금씨도 모습을 보였다. 김 원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권대희 사건 수술 동영상을 직접 분석해 올려 공론화에 큰 역할을 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현재 1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김 원장은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권대희 사건을 다시금 언급했다. 김 원장은 "대희군 사건은 CCTV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준다"며 "인류가 다시는 그런 야만적인 수술대 위에 다시 누워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 원장의 지지를 받은 이씨는 모여든 사람들에게 직접 사정을 설명하고 탄원서에 서명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이렇게 모은 탄원서를 ‘권대희 사건’ 재정신청이 진행되는 서울고등법원과 형사사건이 진행되는 서울지방법원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하루 이씨가 받은 서명은 30여명 내외다. 이씨는 5월 말까지 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겠다며 1인 시위를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권대희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권씨를 수술한 집도의가 동시에 3개의 수술실을 열고 수술을 진행하고, 의사 없는 수술실에서 35분여 동안이나 간호조무사가 홀로 지혈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권씨 유족이 법원에 재정신청을 접수해 이르면 5월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본지 2월 22일. ‘[단독] 법원 '권대희 사건' 불기소 들여다본다.
.. 성재호 검사 녹취록 증거 제출’ 참조>


재정신청은 법원이 검찰의 기소가 적절한지 여부를 살펴, 부당할 경우 강제로 기소하도록 하는 조치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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