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주목받는 文대통령 용인술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최은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맹활약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명으로 3일째 10명 아래를 유지했다. 9명 중 8명은 해외유입으로 지역 감염자는 1명이다. 지난달 29일엔 지역 감염자가 75일 만에 0명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방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방역 대응에서 관심을 받은 인물은 단연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은 2004년 질본이 생긴 뒤 첫 여성 본부장이자 국장급의 긴급상황센터장에서 '실장'을 건너뛰고 본부장에 임명돼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 본부장에 대한 신뢰가 매우 깊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질본을 방문했는데, 질본 예방센터장이었던 정 본부장의 브리핑이 돋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7월 질본 본부장으로 정 본부장을 임명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던 지난 2월 머리 감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잠 자는 시간도 줄였다. 코로나19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매일 카메라 앞에 서서 브리핑을 했는데 날이 갈수록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 본부장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응원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 본부장을 각별히 신경썼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1월26일 정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질본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2월12일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땐 정 본부장과 질본 직원들을 위해 홍삼액 제품을 구매했다.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인 2월20일엔 "새로운 양상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새로운 과제가 된 상황"이라며 "잘해주시리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지난달 11일엔 갈비찜 '특식'과 함께 충북 청주 질본을 '깜짝' 방문해 정 본부장과 질본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들과 모인 자리에서도 수차례 "정 본부장은 내가 뽑은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질본 방문 당시 정 본부장 외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다"며 "문 대통령 본인이 발탁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믿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 본부장을 가리켜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정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 등 해외 언론도 정 본부장에게 주목했다.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도 지난달 23일 김정숙 여사와 통화에서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등 여성들의 눈부신 활동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첫 여성 장관인 강경화 장관의 역할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1997년 한국방송(KBS) 영어방송 프로듀서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국회의장 국제비서관, 세종대 조교수를 지낸 뒤 1998년 외무고시를 거치지 않고 외교통상부 국제전문가로 발탁됐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통역한 것이 인연이 돼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강 장관 인사를 발표하며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전문가"라며 "2006년부터 유엔에서 활동하면서 국제외교무대에서 쌓은 인적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민감한 외교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강 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2월 말쯤 한국에 대한 입국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3월9일까지 한국 방문자의 입국제한 국가가 106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11일 팬데믹을 선언하는 등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선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코로나 외교'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강 장관은 중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몰디브, 인도, 인도네시아, 이라크, 엘살바도르, 노르웨이, 네덜란드, 에스토니아, 몰디브, 과테말라, 에콰도르 등 각국 장관, 유엔 사무부총장, EU 외교안보고위대표와 '전화외교'를 벌였다. 그는 투명하고 개방적인 한국식 대응에 관해 설명하고 노하우를 전수하고, 각국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방역물품의 수출이나 인도적 지원을 요청받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강 장관은 지난달 18일 캐나다,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터키, 영국 등 12개국 외교장관과 다자 전화협의를 통해 '필수적 글로벌 연계 유지에 관한 코로나19 장관급 국제협의그룹 공동선언'을 채택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지난 3월15일 영국 BBC 방송 '앤드루 마 쇼'와 화상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공포와 혐오의 확산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며 "각국 정부는 이 같은 사고(아시아인 혐오와 공격)를 멈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역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이 인터뷰는 영국 현지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호의적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함께 방역·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상황 대처를 주도하고 있는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임명 시점도 절묘하다는 내부 평가다. 예방의학 전공 의사 출신인 이 실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1월6일 내정됐다. 다만 그는 '장롱면허'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여당과 대립을 보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관해서도 청와대 내부에선 긍정 평가가 나온다.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는 여당에 맞서 홍 부총리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70% 지급'을 주장하면서 정책의 균형감을 찾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 과정에서 마냥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있었다면 위험했을 것"이라며 "예산 전문인 부총리가 내부 살림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논의 과정이 탄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중대본으로 모든 부처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면서 혼연일체가 돼 위기극복의 전면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사의설'이 불거진 홍 부총리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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