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뉴스1) 백운석 기자 = “애지중지하며 자식같이 키운 인삼인데, 하루아침에 다 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죽하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데도 못가고 있겠어요.”
충남 금산군 제원면 대산리에서 3필지·6300㎡의 인삼 농사를 짓는 김영학씨(73). 그는 14일 침수 피해를 입은 자신의 인삼밭을 바라보고 연신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김씨는 인삼밭 전체가 물에 잠겨 실의에 빠져 있는 터에 지난 12일 어머니(93)께서 유명을 달리했다는 연락을 받고도 가지 못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전 11시반쯤 됐는데 하천에서 물이 넘쳐 인삼밭으로 흘러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1m 이상 침수가 되더라구요. 큰 물에 어찌할 방법이 없었죠.”
김씨의 인삼밭은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동네 앞 하천(조정천)이 범람하면서 인삼밭 전체가 이날 하루동안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20년 이상을 인삼 농사를 지어봤지만 이번처럼 하천이 범람해 피해를 본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김씨는 부인 송정선씨(73)와 이 마을에 살면서 20년 넘게 인삼 농사를 지으며 연간 6000만~7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침수로 6~7년간 부인과 땀 흘려 가꾼 인삼밭이 하루아침에 물에 잠기는 바람에 며칠째 끼니까지 거르고 있다.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두 노인이 자식처럼 키웠는데...”라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두 부부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러면서 “용담댐 물을 일찍이 내보냈더라면 이 같은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수자원공사를 원망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북 진안에 내린 집중호우로 용담댐 방류량을 침수 하루 전인 지난 7일 초당 500톤을 흘려보내다 이날 초당 2900톤까지 늘리면서 하류지역인 금산을 비롯해 옥천과 영동지역이 침수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인삼은 침수된 지 2~3일 지나면 썩어 이를 캔다 해도 상품 가치가 떨어져 헐값으로도 시장에 내다 팔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다시 인삼을 재배하려면 수년이 걸리는 데다, 인삼밭에 물을 주기 위해 파놓은 우물마저도 물에 쓸려나가 김씨 부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 부부는 “저녁에나 어머니 빈소을 찾겠다”면서 “오죽하면 돌아가신지 하루 지나서야 가겠느냐”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봉사활동 차 이날 금산근 제원면 대산리를 찾은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이 같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김영학·송정선씨 부부를 찾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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