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각종 범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태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을 이용한 범죄부터 역학조사 과정에서 허위로 동선을 진술하는 등 방역방해가 잇따른 데 이어 최근에는 생활고로 인한 우발적인 범죄까지 느는 모습이다.
15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일감이 끊긴 일용직 노동자 A씨(47)가 차를 훔쳐 몰았다가 덜미를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일거리를 구하지 못했고 배가 고파 걸을 힘이 없어 차량 열쇠가 안에 있던 차량을 우연히 발견해 타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와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명 '수원 코로나 장발장' 사건이 있다. B씨(47)는 지난 3월 말 수원의 한 고시원에 들어가 달걀 18알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건설현장에서 일당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일거리가 없어지고 여기에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행정기관에서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에 대한 혜택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을 수 없었다.
그가 훔친 건 18알의 달걀이었지만 그의 구형 형량 역시 1년6개월, 18개월이었다. 앞서 보이스피싱(전화사기) 범죄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고 이외에도 여러 절도 범죄가 있었다는 것.
이 밖에도 지난 5월엔 부산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펜치로 시신의 금니를 뽑은 30대 장례지도사가 경찰에 덜미를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범죄 양상도 변하는 모습이다. 초기 마스크 범죄, 허위 진술에 이어 생활고로 인한 우발적인 범죄 양상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대구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생활고를 비난한 50대 남성이 한낮 도심에서 분신을 시도하는가 하면, 광주에선 '코로나 영업금지' 장기화에 40대 여성이 지난 9일 광주시청사에서 10분간 자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각에선 '모든 게 코로나19 탓이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를 통해 외출, 여행, 음주 모임 등이 크게 줄어들며 범죄 발생도 줄었지만, 또 다른 곳의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한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요범죄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꾸준히 발생하는 생계형 범죄나 기타 우발 범죄에 대해 빈틈없는 치안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임형진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코로나19가 범죄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 그러지 못했다"며 "강도나 가정폭력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증가하는 범죄에 경찰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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