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바다는 지금 폐그물로 몸살…물고기·선박에 소리없는 흉기

뉴스1

입력 2020.11.06 07:00

수정 2020.11.06 10:22

해군장병들이 해양생태계 보호와 어민 소득증대를 위해 연평도 근해 해저폐기물 수거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본부 공보과 제공) ©News1
해군장병들이 해양생태계 보호와 어민 소득증대를 위해 연평도 근해 해저폐기물 수거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본부 공보과 제공) ©News1


독도 남동쪽 13㎞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J호의 추진기에 엉켜있던 폐그물을 동해해경 잠수요원이 제거하는 모습.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2018.3.13/뉴스1 © News1
독도 남동쪽 13㎞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J호의 추진기에 엉켜있던 폐그물을 동해해경 잠수요원이 제거하는 모습. (동해해양경찰서 제공) 2018.3.13/뉴스1 © News1


서귀포해양경찰서가 27일 오전 성산읍 온평리 해안가에서 폐그물에 걸린 붉은바다 거북이를 구조하고 있다.(서귀포해경 제공)2019.8.27/뉴스1 © News1
서귀포해양경찰서가 27일 오전 성산읍 온평리 해안가에서 폐그물에 걸린 붉은바다 거북이를 구조하고 있다.(서귀포해경 제공)2019.8.27/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지난 4월 불법 중국 어선들이 제주 해상에 몰래 설치한 대형 그물이 잇따라 발견됐다.

해경이 300~500m에 달하는 이 대형 그물을 찢은 뒤 잡혔던 어획물을 해상으로 방류했다.

그러나 텅 빈 그물은 그 무게만 5톤가량에 달해 수거되지 못하고 해저에 가라앉았다.

이처럼 강제 철거된 그물 혹은 어선에 단단히 묶여 있다 배 위에서 떨어져나간 어구는 순식간에 '죽음의 덫'으로 돌변한다.

바닷속 블랙홀이라 불리기도 하는 폐그물에 사람은 물론 수산자원, 해양생물까지 마구잡이로 희생되고 있다.


◇ 스크루에 걸린 폐그물에 어선 전복·인명피해까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위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 바다에 방치된 통발어구만 해도 7000여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외 자망, 안간망 등 다른 어구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현실적으로 집계가 불가능하다.

어민들에 따르면 폐그물은 바위 등에 걸려 유실되거나 장애물로 인해 손상돼 그대로 버려지는 것들이 대다수다. 전남 등 타 지역에서 떠밀려오는 양식 어구들도 있다.

못 쓰게 된 그물은 육상으로 가져와 폐기해야 하지만 그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투기가 습관화되며 폐그물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폐그물 등으로 인해 발생한 선박사고는 총 1463건으로 집계됐다. 연간 292건 수준이다.

폐그물이 어선 스크루에 걸려 전복되며 어민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한다.

지난해 6월 전북 부안군 해상에서 전복돼 3명의 사망자를 낸 덕진호 사고의 원인이 폐그물로 지목됐다.

폐그물이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조업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동력장치 등 주기관을 파손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6월29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포구 북동쪽 해역에서 4.11톤급 어선이 폐그물에 걸리며 기관고장을 일으켰다.

사고 직후 방치된 어구는 불과 일주일 후인 7월6일 다시 53톤급 어선 스크류에 걸리며 2차 사고를 유발했다.

◇ '유령어업' 들어보셨나요?…폐그물 걸려 죽는 해양생물

방치된 폐그물은 이른바 '유령어업'으로 이어져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령어업은 폐그물이나 통발에 수산생물이 걸려 폐사하는 현상을 뜻한다. 폐어구에 걸린 물고기가 미끼가 돼 다른 물고기 역시 그물에 걸려 죽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그물 자체가 '물고기 무덤'이 되기도 한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런 유령어업으로 인한 피해액은 매년 380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폐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해양생물들도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주 서귀포 성산읍 해안가에서 폐그물에 걸린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2마리가 구조됐다. 앞선 6월에도 제주시 구좌읍 포구에서 폐그물에 걸려 있던 붉은바다거북이 탈진한 상태로 구조되기도 했다.

이처럼 폐그물 등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행정시에서도 폐그물 수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제주시는 2015년부터 최근 5년간 수중정화 사업에 12억원을 투입해 해양 폐기물 399톤을 처리했다.

올해 동부지역의 경우 수중 폐그물이 침적돼 있는 해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완료돼 현재 수중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폐그물을 비롯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지역별 수협이 나서 수매에 나서기도 한다.

바다로 나간 어선들이 조업활동 중에 인양되는 폐그물, 폐통발 등을 수거해오면 가격을 책정해 지급하는 식이다.
지난 2년간 제주 수협 해양쓰레기 수매로 총 1656톤의 쓰레기가 수거됐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 어선주협의회 관계자는 "육상으로 가져와 폐기를 해야 하는데 번거롭다보니 투기가 습관화된 게 가장 문제"라며 "행정에서도 계도에 나서거나 수거비용을 보전해주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