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그런 도박성 놀이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주식 투자를 해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한 기획재정부 간부의 대답이다. 이 간부는 자본 시장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어쩌면 '도박성 놀이'라는 대답이 대주주 요건을 두고 벌어진 파국의 시발점일지 모른다.
정말 주식을 도박이라고 생각할까? 주식 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다. 기업은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는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 된다. 회사는 수혈받은 자금으로 투자 규모를 늘린다. 회사는 주주의 투자금으로 성장하고 주주는 그 열매를 나눠 먹는다. 분명 기업과의 동행이다. 도박과는 다르다.
어쩌면 몰이해가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 주식 투자를 도박으로 규정하는 순간, 주식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도박꾼'의 책임이 된다. 도박판의 룰이 어떻게 되든 그 룰을 감수하는 건 소비자라는 의미다. 도박판의 주인은 소란이 벌어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경비를 불러 도박꾼을 쫓아내면 된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소란은 현실 경제까지 악영향을 끼친다. 단순 과세 형평성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시장의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도박판이라 가정해도, 헤아림이 부족하다. 올해 자본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동학 개미다. 왜 개미들은 수년간 모은 쌈짓돈을 들고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나.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IMF 이후 수십 년 째 노동소득은 자본소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성실한 직장인은 부의 추월차선에서 밀려난다.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로 인해 월급만 받으면 더욱더 가난하게 된다.
이런 열망이 하나둘씩 모였다. 자녀에게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부모들이 자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세대처럼 '일개미'만 돼서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없다는 좌절감으로 2030 세대가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헤아림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
이번 사태가 오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승진에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조직 내 주식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몇 년 전 국장 승진을 앞둔 과장은 승진에 실패했다. 주식 계좌에 과도하게 많은 주식 숫자 때문이었다. 물론 이해관계에 따른 불공정한 거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상황을 바라본 후배들은 결국 주식을 '도박성 놀이'로 치부했다.
주식은 도박이 아니다. 자본 시장의 혼란은 국가 경제의 파국을 낳는다. 지금이라도 계좌 개설을 권한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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