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美연준과 보조맞추기 하는 듯
中디지털 위안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달러 패권 위협하는데...美 "서두르지 않겠다"
구로다 총재 취임 8년..."아베노믹스, 틀리지 않았다"
中디지털 위안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달러 패권 위협하는데...美 "서두르지 않겠다"
구로다 총재 취임 8년..."아베노믹스, 틀리지 않았다"
【도쿄=조은효 특파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통화(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발행에 대해 "(일본은행도)4월부터 실증실험을 시작한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발행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단,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일본 금융당국의 보수적 특성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로 취임 8년째를 맞이한 구로다 총재는 30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미 각국에서도 디지털 통화 발행 계획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며, 발행 계획이 있는 나라는 스웨덴과 중국 정도다"라며 디지털 통화에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단지, 기술의 진보와 디지털 통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은 있어, (그런 측면에서)변화에 적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준비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디지털 통화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4월부터 실증실험을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 소비자가 실제로 참여하는 파일럿(실증)실험까지 진행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0월 총 3단계에 걸친 디지털 통화 실증실험 계획을 수립했는데, 그 마지막 단계가 소비자 참여 실증 실험이다. 구로다 총재의 발언을 비쳐보면, 이 마지막 단계를 실시 할 지조차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우치다 신이치 이사도 앞서 지난 26일 열린 디지털 통화 실증실험 관련 첫 민관 연락 협의회에서 "디지털 통화를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발행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실증실험은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이 언제까지 로우키(low-key)전략을 유지할 것인가, 미국 연준의 태세 전환에 달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로 달러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전까지는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페이스북의 '리브라'(2020년 12월 '디엠'으로 명칭을 변경)등 디지털 가상자산도 위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달 비트코인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대항마'격으로 "디지털 달러 도입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달러 도입이 결국 '시기의 문제'라는 점을 역설한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한편, 이번 인터뷰에서 8년간에 걸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일명 '아베노믹스'에 대해 "틀리지 않았다. 옳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은행이 물가상승 목표치로 제시한 '2%'에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시간은 걸리지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행이 일본 정부의 '지갑' 노릇을 하고 있다는 뜻의 비판적 용어인 '재정 금융'에 대해서는 "코로나 대책처럼 정부가 경제 상황에 따라 기동성있게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의 재정자금 조달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볼 때) 재정 금융이란 지적은 맞지 않다"고 강변했다. 일본의 국가부채인 장기채무잔액은 이달 말 1000조엔(약 1경325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40%이상을 일본은행이 갖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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