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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부터 나는 뇌수막염… 감기인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간 큰일 나요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4.23 04:00

수정 2021.04.23 10:09

함께 할수록 더 위험한 뇌 속 염증
패혈증 부르는 수막구균 주요인
고열 등 초기 감기와 비슷한 증상
전문가도 일찍 진단하기 어려워
발병 24시간만에 사망할 수도
보균자 많고 감염 위험도 높아
집단거주할수록 전파 가능성↑
백신 미리 맞고 질병 예방해야
美서는 기숙사 입주전 접종 권장
열부터 나는 뇌수막염… 감기인줄 알고 그냥 넘어갔다간 큰일 나요 [Weekend 헬스]
24일은 '세계 뇌수막염의 날'이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얇은 막인 뇌수막에 여러 원인으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익숙지 않은 감염병일 수 있으나 세균에 의해 발병하는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생명을 잃는 등 매우 치명적인 경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예방이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뇌수막염을 치명적 질병이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세균성 뇌수막염을 퇴치하자'는 글로벌 비전을 발표했다.

■발병하면 5명 중 1명 후유증


뇌수막염은 원인에 따라 바이러스성과 세균성으로 나눌 수 있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일반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대개 7~10일이면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반면 세균성 뇌수막염은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등에 의해 발병한다. 이 중 수막구균은 뇌수막염뿐 아니라 패혈증을 일으키는 균으로 치명성이 매우 높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이 발병하면 24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고, 생존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사지괴사, 난청, 신경장애, 뇌 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그러나 초기에는 고열, 구토, 두통 등 초기 감기증세와 유사해, 전문가들도 수막구균 질환을 초기에 빠르게 진단하기 어렵다.

수막구균 질환의 또 다른 특징은 감염자나 보균자를 통해 주변에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는 부분이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의 10~20%는 수막구균 보균자로 확인된다. 따라서 성인이라 하더라도 대학 기숙사, 유학 등 단체생활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발병 위험이 존재한다.

■대학교 기숙사 거주 3개월 내 수막구균 보균율 4배 이상 증가


실제로 국내 한 대학교 기숙사 신입생 대상으로 수막구균 보균율을 조사한 결과, 단체생활 3개월 만에 수막구균 보균율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학교 최준용 교수팀에서 2018년에 입학한 연세대학교 신입생 중 기숙사에 거주하는 332명을 분석해보니 3월에는 2.7%였던 수막구균 보균율이 1달 새 6.3%로 증가했고, 3개월 후에는 11.8%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기만에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해당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미국 등 과거 사례를 제시하며 단체생활을 하는 국내 대학생들 또한 기숙사 입사 전 수막구균 예방접종이 고려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대학교 신입생에게 권장되기 시작하여, 대학생에서 접종률이 2002~2003년에는 20%, 2003~2004년에는 35%로 나타났고, 2004~2005년에는 110만명이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역학조사 결과를 봐도 10~20대에서 수막구균 감염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포털에서 확인한 수막구균 국내 감염 현황을 분석해보면, 최근 5년간 (2016~2020) 국내 보고된 수막구균 환자의 56%가 10~20대로 나타났다.

■유일한 예방법은 백신 접종


현재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접종이다. 미국에서는 1971년 수막구균 백신이 처음 사용된 후부터 환자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주요 혈청군인 A,C,Y,W-135를 예방하는 수막구균 4가 단백접합 백신이 FDA 허가를 받으면서,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접종을 통해 면역성을 가지게 됐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혈청형 A에 의한 수막구균성 질환이 많이 보고되고 있어, 혈청형 A 효능 효과가 입증된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 허가된 4가 수막구균 백신은 사노피 파스퇴르의 '메낙트라'와 GSK '멘비오' 등 2종류가 있다. 9개월부터 23개월 영아는 2회 접종, 만 2세부터 55세까지 1회 접종으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메낙트라는 9개월부터 접종이 가능하고 GSK의 멘비오는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국내에서도 간헐적으로 유행 가능성이 있어 현재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유병욱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막구균은 특히 10~20대에서 많이 감염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대학 기숙사 거주시 백신 접종 서류를 증빙자료로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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