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선 '관음충 발생학' 학술대회 발표돼
2019년 한국문화사회학회 봄학술대회서
"연구자들, 신선함·확장성에 흥미보였다"
철학연구회·여성계 비판 없어··· 정상인가
[파이낸셜뉴스] 부적절한 표현과 학술적 결함이 수두룩하게 발견된 윤지선 세종대학교 교수 논문이 발표 반년 전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가 핵심 논지가 허약한 데다 학술적 결함까지 다수 존재하며 특정성별에 대한 혐오논란까지 불거질 여지가 있는 논문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예상된다.
2019년 한국문화사회학회 봄학술대회서
"연구자들, 신선함·확장성에 흥미보였다"
철학연구회·여성계 비판 없어··· 정상인가
철학연구회와 윤 교수는 논문이 내포한 학술적 결함을 구체적으로 지적한 본지 보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논문 발행 당시 철학연구회 회장이었던 세계적 석학 이남인 서울대학교 교수 역시 본지 질의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학술지 게재 전 학회발표, 자정능력 있나
24일 파이낸셜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윤지선 세종대 교수의 논문이 KCI급 학술지 ‘철학연구’에 실리기 반년 전 학회에서 발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학회에선 논문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지만 본지 지적과 같은 결함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 첫 장에는 “본 논문은 2019년 5월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문화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
이에 본지가 취재한 결과 해당 논문은 2019년 5월 한국문화사회학회에서 실제 발표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5월이므로, 논문에 적힌 ‘추계학술대회’가 아닌 ‘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해당 논문에서 발견된 무수한 결함과 마찬가지로 지엽적인 부분이지만 이처럼 기초적인 실수가 눈길을 두는 곳마다 발견됨에도 그대로 심사를 통과했다는 건 또 한 번 철학연구회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행사식순에 따르면 두 번째 세션에서 ‘관음충의 발생학: 변태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이 발표됐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사회를 봤고, 연희원 서경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임했다.
발표된 논문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은 핵심내용이 대부분 일치하고 일부분만 수정 및 보완된 것으로 당시에도 상당한 결함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윤 교수에게 당시 비판이 있었는지를 질의하자 윤 교수는 “문화사회학자들의 전문적 견지에서 해당 논문은 한국남성혐오가 아닌, 디지털성착취 가해자에 대한 발생학적 연구였기에, 기자님이 제기하시는 문제제기란 없었다”며 “제 논문의 신물질주의적 관점에 대한 신선함과 논의의 확장성에 여러 연구자들이 흥미를 표했다”고 떠올렸다.
본지가 연속보도를 통해 지적한 문제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논문이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문화사회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되고, 다시 철학계 권위 있는 학회라는 철학연구회 학술지에 실리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비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이들 단체와 관련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국 학계가 최소한의 자정능력은 갖추고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본지 4월 24일. ‘[단독] 윤지선 '관음충' 논문, 뼈대부터 틀렸다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여성혐오 물결에 편승하려는 언론의 공격?
철학연구회는 지난 달 보겸이라는 유튜버와 관련된 국지적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입장문을 통해 '전임 회장과 편집위원장의 진술을 청취했다'며 이들이 추천한 심사위원 3인이 정식 심사해 게재가 판정을 내렸다는 취지의 해명만을 내놨다. 오류에 대한 사과나 논문철회 및 검토 등의 후속조치에 대한 언급은 전무했다.
전 회장과 편집위원장은 서울대학교 이남인 교수와 정원섭 교수로, 이들은 당시 학술지 발간 책임자임에도 관련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교수는 한국 철학계를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으로, 철학계에선 공식화된 논문 결함 지적에 이 교수가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가 이 교수에게 질의했으나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학술지 발행처로 철학계 권위자들이 모인 철학연구회가 본지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는 가운데, 윤 교수는 논문에 결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교수는 본지 질의에 “이미 철학연구회의 공식입장문에서처럼 제 논문은 연구부정이나 결함을 가지지 않았음이 표명되었다”면서 “일부 남성집단의 오독과 폄하, 여성혐오 물결에 편승하려는 일부 언론의 공격에 의해 결코 제 논문의 학문적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 보도에서 가벼운 학문적 결함부터 차근히 지적하며 잘못을 인정할 상당한 기회를 주었음에도 연속된 보도를 ‘여성혐오 물결에 편승하려는’, ‘공격’, ‘폄하’ 등으로 매도한 점은 지적할 만하다.
침묵하는 철학연구회, 심사평 공개될까
당시 심사위원 3인의 논문 심사평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점도 의문이다. 학술지 게재 논문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심사비를 받고 정식으로 논평을 하게 되는데, 논문작성자인 윤 교수와 철학연구회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당 심사평엔 당시 논문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사항과 평가가 고스란히 들어 있어 윤 교수 논문을 학회가 제대로 검증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본지의 구체적 지적에도 불구, 철학연구회와 윤 교수가 심사평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은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진 게 맞느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전공분야 권위자들인 익명의 학회 전문 심사위원들에 의해 공정하고 엄정히 심사되어 게재가가 결정된 것”이라며 “철학연구회의 공식 성명을 통해 확고부동하게 공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어 “논문심사 절차 시 심사자 전원, 논문 투고자 모두 무기명으로 진행되며 논문심사평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논문 심사위원명단 공개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기에 논문심사평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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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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