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토마호크, 초공동 어뢰(상) [밀리터리 동서남북]](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1/09/18/202109180737101623_l.jpg)

기존의 어뢰는 수중에서의 마찰을 극복하고 속도를 올리기 위해 형상을 매끄럽게 하거나 추진에너지를 높여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써 왔다. 그러나 수중에서 시속 100여km의 속도가 거의 한계점인 현실이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의 91식 어뢰는 70~100km/h, 사거리 20~40km의 산소연료 추진 방식의 당대 최고성능의 어뢰였다)
선박에서의 공동현상은 주로 추진기의 회전으로 인한 압력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추동 프로펠러가 회전할 때 유체표면에 압력변화로 인해 공기방울이 부분적으로 생기게 되는 공동 현상(Cavitation)은 소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잠수함의 추진효율과 추진체계에 물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저하를 유발해 많은 연구자가 공동 현상을 줄이려고 노력한 반면, 이를 오히려 유발해 수중무기의 속력 제한성을 극복하고자 한 기술이 초공동(Supercavitation) 기술이다.
이러한 공동현상을 적용해 어뢰 전체를 공기로 덮어 물과의 마찰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어뢰가 초공동 어뢰다.
기존어뢰는 목표물을 따라가 시속 60~110km 내외의 속도로(한국 해군의 어뢰 '백상어' 35노트=65km/h, '범상어' 60노트=111km/h) 타격하는 것에 비해 초공동 어뢰(Supercavitating Rocket Torpedo)는 독일의 '바라쿠다'의 경우 시속 800km를 상회하는 충격적인 속도로 수중에서 순식간에 목표물을 타격해 물속의 미사일로 불린다.

2006년도 이란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핵프로그램 포기를 압박받는다. 그러자 2006년 4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위대한 예언자' 해군 훈련 기간에 폭약을 탑재하지 않은 '후트'(Hout, 고래)'라는 모의 어뢰를 수상함에서 발사해 수중에 있는 잠수함 표적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수입한 시크발을 역설계한 방식으로 만든 1세대 초공동 어뢰로 알려졌다.
특히 이 어뢰는 발사 때에는 일반 어뢰처럼 어뢰발사관(533㎜)에서 발사돼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지만, 일정한 거리를 지나면 탄두에 부착된 로켓이 액체 연료를 태우면서 급가속하고 공기막까지 형성해 항주하는 일종의 미사일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도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존 초기형인 유도기능이 없고, 소음이 크며 사거리가 10여km로 짧다는 단점 해결을 위해 발사 초기 일반어뢰처럼 발사하고 이후 초공동어뢰로 항주한 후 목표물 거리에 근접해서 속도를 줄여 일반어뢰처럼 목표물 탐색과 식별 후 타격을 가하는 타입으로 개발 중이다.
어뢰 강국 독일은 이미 2005년 5월 '바라쿠다'를 실용화해 약 432노트, 시속 800km를 상회하는 속도(개발사인 Diehl BGT Defence와 Altas Elektronik에 의하면 러시아의 '시크발'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로 유도기동이 가능한 진일보한 초공동 어뢰를 공개했다.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의 속도다. 미국도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며 독일과 공동으로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에서는 1997년에 수중에서 최초로 수중음속(1500m/s 또는 3010Knot)보다 빠르게 물체가 항주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후의 개발 진행현황에 대하여는 관련 업체와의 계약체결 등 제한된 정보들만 공개되어 왔으며, 미국 해군연구소(US Office of Naval Research)에서 장기과제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해군연구실 어뢰개발 분야 담당자는 2004년 인터뷰에서 초공동 어뢰를 전력화하려면 15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한민국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초공동 어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왔다. 이미 기반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1년 쉬크발 연구논문이 국과연 연구원들의 논문으로 나온 것으로 미루어 1990년대 중 후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보여진다.
국방과학연구소 ADD는 초공동 어뢰 모형과 영상을 통해 개발성과를 2015년 ADEX(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 전시회)에서 공개했다. 2014년부터 초공동 어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속 800km인 독일 '바라쿠다'를 모델로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초공동 어뢰를 개발하는 이유는 주변에 군사강국인 중국과 해군이 강한 일본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전력으로 잠수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비대칭 무기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해군은 일본에 비해 전체 함정톤수에서 3분 1 수준이며 중국에 비해선 함정톤수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로 인해 한국 해군의 비대칭 무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일격필살의 무기로서 초공동 어뢰는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이 사거리 100km와 시속 800km 바라쿠다에 준한 요건에 목표물 탐색과 유도를 할 수 있는 파괴력을 높인 차세대 초공동 어뢰를 개발한다면 중·일이 보유한 해군함정의 톤수를 극복할 수 있고 동북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해군 전력 구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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