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심각한 전력난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원자력 발전소 폐쇄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 산하의 디아블로캐년 원자력 발전소 1호기는 2024년 11월, 2호기는 2025년 8월 폐쇄된다.
1호기는 1984년, 2호기는 1985년 가동에 들어갔다.
CNBC는 2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가 주민들에게 전력사용을 제한토록 촉구하는 경고를 지난해 5차례에서 올해 8차례로 늘릴 정도로 전력 사정이 좋지 않지만 원전 폐쇄는 강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8월 폭염 속에 냉방 가동이 급증하면서 수십만 가구가 돌아가면서 단전을 겪기도 하는 등 전력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미 에너지부가 부족한 전력 공급을 위해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비상 가동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 비상조처는 다음달 9일이면 끝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발전소 1기가 아쉬운 상황에서도 막대한 전력 생산이 가능한 원전 철수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원전 3곳은 이미 해체되고 있고, 마지막 남은 디아블로캐년 원전도 폐쇄 절차를 밟고 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에 따르면 디아블로 원전은 캘리포니아 전체 전력의 약 9%를 공급한다.
천연가스 화력발전은 37%, 태양광 등 재생가능 발전은 33%, 수력발전이 13.5%, 그리고 석탄 화력발전이 3%를 담당한다.
원전은 청정 에너지원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때문에 기후위기에 봉착한 지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은 원전을 띄우고 있다.
물론 원전을 건설하면서 탄소배출이 불가피하지만 이미 지어져 가동 중인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
원전은 이런 그림으로만 보면 204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캘리포니아의 계획에 꼭 들어맞는 시설이다.
그러나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 원전은 골치거리가 되고 있다.
우선 발전 과정에서 남은 방사성 폐기물이 처치곤란이다. 수백년이 지나도 방사성 물질은 남는다.
또 사고가 나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는 두려움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는 배경이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용융 사태에서 보듯 지진 등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특히 지진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폐쇄 절차를 밟고 있는 디아블로 지역은 여러 단층지대 인근에 있다. 언제든 지진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위치다.
발전소 입지에서는 단층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건설 과정에서 여러 단층들이 드러났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 지역을 덮친 진도 9.0의 강진이 10m가 넘는 해일을 몰고 오면서 원전이 바닷물에 노출됐고, 냉각시스템 작동이 중단되면서 엄청난 방사능 물질이 지역을 뒤덮은 사건은 캘리포니아의 원전 철수 강행 결정을 불렀다.
단층 조사의 과학적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미국의 쓰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폭발 등 이후의 원전 반대 운동이 원전 폐쇄 결정의 동력이 됐다.
PG&E는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때문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PG&E는 디아블로 원전이 앞으로도 80년은 더 가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과 반감을 가라앉히지는 못하고 있다.
PG&E는 2016년 디아블로 원전 폐쇄를 결정할 때 독특한 이유를 댔다.
PG&E가 당시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 위원회(CPUC)에 제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 수요가 낮을 것임을 이유로 제시했다.
전력 수요 전체가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 수요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전력 공급이 이른바 지역선택관리사업자(CCA)라는 지역 에너지 구매 그룹들의 구매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구조가 1차적인 배경이다.
PG&E는 2016년 CPUC에 제출한 서류에서 이들 CCA 상당수가 원자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에는 23개 CCA가 1100만 고객들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해도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어서 원전을 폐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실질적인 동력이라는 옹호론과, 막연한 불안감을 동력으로 하는 반대론이 엇갈리면서 원전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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