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행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진행하는 행사 대부분이 단발성에 그쳐 장기적인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지난해 11월18일 공공기관 최초로 가상현실 맵을 선보였다고 홍보했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마련된 축평원 월드 제작에는 약 2000만원이 쓰인 걸로 알려졌다.
제페토 월드 오픈 당시 축평원은 기관 탐방을 비롯해 기관의 비전 및 핵심 가치, 연혁, 주요 사업 등을 가상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대국민 소통 활동을 강화하고 대내외 홍보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알리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9일 'KAPE(축평원) 대학생 서포터즈 해단식'의 일부를 이곳에서 개최해 서포터즈들이 제페토 내 축평원을 둘러보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9일 기준 제페토 내 축평원의 월드 누적 방문자 수는 933명에 불과하다. 오픈 후 지금까지 매일 14명이 방문한 수준이다.
축평원 메타버스의 첫 번째 행사였던 'KAPE 대학생 서포터즈 해단식' 이후에는 제페토에서 이뤄진 추가 행사도 없다. 공공 예산을 들여 만든 메타버스가 3개월째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축평원 관계자는 14일 "제페토 같은 경우 모바일로만 접속이 가능하고 스마트폰 성능에 따라 접속 여부가 달라지는 등 여러 제약이 있어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해 행사를 지속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종사자 연령대가 높은 축산업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기 위해 활용 방안을 마련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홍보 목적이라면서 콘텐츠는 부족해
이처럼 메타버스에서 행사를 진행한 뒤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은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등 다수의 공공기관들은 메타버스에서 시상식·캠페인 등 기관 행사를 진행한다며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행사가 끝난 메타버스 플랫폼을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뚜렷한 활용 계획을 설명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젊은 층과 소통하고 기관을 홍보할 목적으로 메타버스를 마련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홍보를 위한 글과 사진으로 월드를 꾸며 놓았을 뿐 참여형 콘텐츠가 부재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개설한 지 수개월이 지난 곳들도 누적 방문자 수는 높지 않아 홍보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 메타버스는 세금 낭비?
문제는 이처럼 지속 가능성이 부족하고 단발성의 메타버스 행사를 치르기 위해 공공예산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에서 행사를 진행했던 다수의 공공기관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로만 제작을 하더라도 외주 용역 업체를 이용할 시 50만~100만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카드뉴스·SNS 등 다양한 홍보 사업과 함께 묶여 계약이 진행돼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에만 얼마의 예산이 정확히 책정됐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9일 국내의 한 메타버스 월드 제작 업체는 "현재 공공기관 메타버스 행사에 흔히 쓰이는 제페토, 이프랜드, 개더타운 등은 플랫폼마다 특징이 달라 평균 가격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메타버스 제작은 일반적인 사이트와는 달리 비용이 조금 더 발생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방향은 맞는데"…구체적 활용 방안 필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행사는 대유행 예방을 위한 적절한 대안이었고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분위기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유행처럼 번진 메타버스 열풍에 휩쓸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가 앞장서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예산을 활용해 사업을 진행하는 공공기관인 만큼 메타버스를 홍보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활용 방안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메타버스 행사를 진행했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작년부터 다른 기관들이 진행하는 행사들을 검토해 봤는데 너무 메타버스를 많이 시도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며 "제대로 된 방향을 구축해서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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