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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노골화되는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 : 안일함과 저자세가 부른 참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8 15:48

수정 2022.04.18 20:35

서해 제2광구 잠정조치수역서 14년만에 中 석유 시추 장비 발견
청와대 NSC 열고도 쉬쉬, 언론 보도 나가자 '中과 협의 중' 전해...
정부, 현재까지 어떤 조치와 대응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어..
중국 내해화 '회색지대 전략' 주권 침해 문제 강력한 항의해야
[파이낸셜뉴스]
석유시추 장비 이미지.
석유시추 장비 이미지.
중국이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에 우리나라 몰래 석유 시추 장비를 설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음에도 당국은 현재까지 어떤 조치와 대응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서해를 순시하던 어업지도선 무궁화호가 제2광구 서쪽 한중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이 설치한 이동식 석유 시추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지난 4월 8일 국내 방송사가 보도한 바 있다.

방송은 또 “실제로 2005년 우리나라가 군산 먼 앞바다에서 석유 시추를 시도했다가 중국의 반발로 중단했고, 2008년에는 중국이 석유 시추 시설을 설치했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며 “그 후로 잠잠했던 중국이 14년 만에 잠정조치수역에서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시설물 설치는 향후 해상 경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저의로 읽혀,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곳은 전북 군산시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제2광구 서쪽 해역으로 알려졌다.


한중잠정조치수역이란 400해리(약 740㎞)가 되지 않는 한·중 간 거리로 인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경계선 획정을 유보한 해역으로 한·중 양국은 이곳에서 어업행위를 제외한 지하자원 개발이나 구조물 설치 등은 금지하고 있다. 김대중정부 때인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된 해역이다.

이에 청와대는 중국이 잠정조치수역에 몰래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판단해 담당 부서를 해양수산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로 격상하고, 지난 5일 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안건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구체적 사항을 파악 중이며, 중국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중국이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 맞고 NSC 여러 안건 중 하나로 논의했다”면서 “해당 구조물 문제를 두고 중국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배포한 지난 4월 7일 자 NSC 회의 관련 자료에도 이런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고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는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도 사실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이 "양호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상황을 현재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한 양측은 현재 해양 경계 협상을 추진 중이며, 해양 사무 관련 대화와 협력 기제를 수립해 그 틀 아래 해양 문제와 관련해 양호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청와대는 18일 현재까지도 중국의 석유 시추 구조물 설치에 대해 어떤 조치와 대응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에서 중국의 석유시추 설비가 발견된 것은 중국이 서해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기정사실화하는 일련의 전략"이라며 "한국은 이를 심각한 해양주권 잠식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지난 5년간 대중국 저자세 외교로 레버리지를 상실한 결과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동안 중국은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남중국해 내해화를 시도해왔고 현재 어느 정도는 이미 달성한 상태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1953년 지정된 구단선이 현재는 기정사실화돼 중국의 의도대로 적용되는 상황으로 관측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남중국해 내해화를 달성하면 다음은 서해 내해화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 센터장은 "중국이 서해 내해화를 정책에 반영했다는 신호는 2010년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혼란한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억제력 강화를 위해 미국이 한국과 협력해 서해에 항공모함을 진입시키려 했을 때 중국은 이에 극구 반대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때 이미 중국은 서해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린 셈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도련전략에서 제시된 1도련선에 서해가 포함돼 있다.

구단선 또는 남해구단선(녹색선)은 중국이 1953년 '9단선'을 만들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남중국해의 해상 경계선이다. 인접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PCA는 2016년 7월 "중국의 9단선 주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좌). 한중잠정조치수역 내 중국의 석유시추 설비가 발견된 대략적 위치(빨간색 원형)를 나타낸 지도(우).
구단선 또는 남해구단선(녹색선)은 중국이 1953년 '9단선'을 만들면서 자신들이 주장하는남중국해의 해상 경계선이다. 인접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했다. PCA는 2016년 7월 "중국의 9단선 주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좌). 한중잠정조치수역 내 중국의 석유시추 설비가 발견된 대략적 위치(빨간색 원형)를 나타낸 지도(우).
이어 반 센터장은 "2014년 백령도 인근해상에서 중국이 설치한 관측부이가 확인된 바 있다"며 "중국 해군함정은 한국의 해상작전 기준선인 123도선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2020년엔 백령도 서방 40km까지 접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반 센터장은 "중국은 법률전·여론전·저강도 해상현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야금야금 해양이익을 축적하고 해양강압을 시도해 최종적으로 서해를 자신의 앞마당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2022년 3월 발견된 서해 중국의 석유시추 설비도 이러한 맥락과 결을 함께 한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이러한 해상활동은 모두 서해 내해화를 시도하는 회색지대전략의 일환으로 이는 단순한 설비확인을 뛰어넘는 심각한 안보이익과 해양이익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사안으로 읽힌다.

우리 당국은 우선 중국에 '엄중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경위를 밝히라고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나아가 '당장 철수하지 않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강압'을 시도해야 한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한·미동맹 차원에서의 공동의 대처방안도 고려해보아야 한다"며 "안일한 자세로 일회성으로 대처할 사안이 아닌 주권과 영토 침해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러한 심대한 상황을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지난 5년간 중국의 서해 내해화 시도가 어떻게 진행되어왔고 정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상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새 정부는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중 어업지도선 공동순시에 참여하는 무궁화24호. 해양수산부는 제18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통해 '2019년 어기 한중 어업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에 따라 양국은 '잠정 조치 수역 내'에 어업지도선과 해경 선박을 함께 파견해 지도 단속 활동을 하고, 불법 조업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사진=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캡처
한·중 어업지도선 공동순시에 참여하는 무궁화24호. 해양수산부는 제18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통해 '2019년 어기 한중 어업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에 따라 양국은 '잠정 조치 수역 내'에 어업지도선과 해경 선박을 함께 파견해 지도 단속 활동을 하고, 불법 조업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사진=해양수산부 홈페이지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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