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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면 뒤처진다" 프로젝트 따라 이동... 슈퍼프리랜서가 된 ICT 개발자들 [한국, 새 길에 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3 18:13

수정 2022.06.23 18:13

퓨처 플랫폼 (1) 슈퍼프리랜서 시대가 온다
메타버스·가상인간·NFT 등
차세대 산업 중심에 선 개발자
고역량에 '워라밸' 추구하면서도
기술 낡을까 끊임없이 경험 쌓아
IT기업, 연봉 높이며 '귀한몸' 쟁탈전
개발자는 '성장 가능성' 꼼꼼히 따져
"머물면 뒤처진다" 프로젝트 따라 이동... 슈퍼프리랜서가 된 ICT 개발자들 [한국, 새 길에 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직업분류 중 8500만개가 미래기술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플랫폼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졌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의 일상화가 일상을 넘어서 산업구조와 근무환경 등 전체적인 지형이 재편됐다. 이전까지 소비자에게 생소했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블록체인 및 대체불가토큰(NFT) 등 서비스화 시점이 훨씬 앞당겨졌다. 지난해 게임업 중심에는 블록체인·NFT 기반 '돈버는게임(P2E)'이 화두로 떠올랐다. 샌드박스의 로블록스, 네이버Z의 제페토 등 메타버스 형태의 서비스도 각광받았고, 이에 더해 기업들은 앞다퉈 근무형태에도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있다. 아울러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의 부상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큰 변화를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디지털 혁명과 함께 플랫폼 경제가 본격화하면서 직업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이 가져다준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새로운 직업 등에 대해 총 6회에 걸쳐 짚어본다.

제주에서 일하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개발자들이 워케이션 근무제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제주에서 일하고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개발자들이 워케이션 근무제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근무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만나고 컴투스의 올인원 메타버스 '컴투버스'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메타버스에서 만나고 컴투스의 올인원 메타버스 '컴투버스'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재택도 가상공간에서 LG유플러스가 직장인 등 특정고객에게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
재택도 가상공간에서 LG유플러스가 직장인 등 특정고객에게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블록체인, 대체불가토큰(NFT). 이 모든 차세대 기술 중심엔 개발자들이 서있다. 주요 IT 기업들이 이 같은 차세대 기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좋은 개발자'들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돈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더해 개인과 회사의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슈퍼 프리랜서' 개념까지 제시됐다.

기업들은 업무에 슈퍼 프리랜서 및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연봉을 올리는 것은 물론 근무체계까지 적극적으로 개편하는 등 발벗고 나섰다. 다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기업도, 개발자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신중한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시기 개발자가 급했던 기업은 현재 급한 불을 끈 상태이고, 개발자들의 기업을 고르는 선구안은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슈퍼 프리랜서라는 개념의 등장 배경과 개발자 트렌드,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분석했다.

■슈퍼 프리랜서의 부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고역량을 갖췄으면서도 한곳에 지속적으로 머물지 않고 개인의 성장을 추구해 자신이 원하는 여건으로 옮겨 다니는 이들을 '슈퍼 프리랜서'라고 정의한다.


이들은 주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며 경험을 쌓고, 이를 시장에 증명해 일자리를 구한다.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이것이 다시 '경험→좋은 일자리→경험'으로 반복되는 선순환을 꾀한다.

일부 IT 기업들의 움직임도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토스'라는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쓴 비바리퍼블리카는 개발자들을 초대해 성공 방정식과 경험,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프로덕트 오너(PO) 세션'을 운영 중이다. 지난 3월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컴백한 올해 세션에는 660명의 신청자가 몰렸고, 이 중 30여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들은 이승건 대표 등 토스 주역들과 함께 개발, 경영,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향후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이종주 연구원, 장지윤 연구원은 "이들에게 가장 큰 약점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이 노후화돼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돈이 다가 아닌 '귀한 몸' 쟁탈전

코로나19로 플랫폼 경제가 한껏 탄력을 받으면서 슈퍼 프리랜서들의 가치는 높아졌다. 이에 따라 IT 기업들도 적극적인 연봉 인상과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파격적인 근무형태 전환도 병행하는 등 인재 영입전도 치열해졌다.

모바일 리서치 플랫폼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개발자 평균연봉은 5700만원이다. 연봉 5000만~6999만원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주요 게임·통신·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으며, 최소 5%에서 최대 25%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개발자 영입에 내걸었다.

지난해 대기업 임직원 평균연봉 톱5 중 △카카오(1억7200만원) △SK텔레콤(1억6200만원) △네이버(1억2900만원) 등 무려 3개 IT·ICT 기업이 포함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다.

이 외에도 기업들은 근무체계를 유연하게 개편하고, 개발자 자기계발 등을 지원하는 등 비용 이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플랫폼업계의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원격근무를 강화하는 형태의 근무제를 발표, 7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커넥티드 근무제를 비롯해 해외 워케이션(일과 휴식의 결합), 셧다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카카오도 메타버스 근무제를 필두로 격주로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격주 놀금' 등을 도입한다. 양사 모두 비대면근무 형태를 기반으로 조직원 간 연결성과 업무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동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임직원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나섰다. 지난 4월 SK텔레콤 주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거점 오피스 '스피어(Sphere)'를 신도림·분당·일산에 개소했다. 업무 효율성뿐만 아니라 직주근접 수요를 반영해 시간과 장소 등으로 발생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겠다는 바람에서다.

야놀자, 업스테이지 등 스타트업들도 근무형태 혁신을 통해 좋은 인재 쟁탈전에 동참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소속의 한 개발자는 "리모트 워크를 통해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며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하다 영감이 나왔을 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이런 환경이 갖춰져 있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전했다.

■급한 불 끈 기업은 '신중채용론'

슈퍼 프리랜서의 출현은 돈과 워라밸 이외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비교적 중요시하는 젊은 개발자들의 성향과도 연관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돈과 환경을 좇는 것 외에 해당 기업, 업무, 활동에서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다.

오픈서베이가 올해 발간한 개발자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개발자 회사 취업·이직 시 중요 고려 요소 '톱3'는 △연봉 △워라밸 가능 여부 △개인의 성장가능성 순이었다. 특히 연차가 낮을수록 회사 또는 개인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하는 비중이 높았다.

연차 3년 미만 집단 중 개인의 성장가능성을 고려하는 비율은 39.8%였다. 19.4%를 기록한 7년 이상 그룹보다 20%p 이상 높은 수치다. 이외 3~7년 미만 집단은 연봉을, 7년 이상 경력직은 고용 안정성을 고려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업들의 채용 스타일도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서는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이 드는 만큼 슈퍼 프리랜서를 제대로 알아보고 채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개발자들 사이에선 업무적으로 도태되지 않으려면 특정 주기마다 이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무조건 돈과 환경만 고려하던 시대는 아닌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때와 비교해 기업들도 급한 불은 우선 끈 만큼 '마구잡이식' 채용보다는 좋은 인재를 신중하게 채용하는 식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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