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들의 '음성권' 보장에 초점을 둔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자의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다른 한쪽의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의 제안이 유를 살펴보면 통화 녹음을 두고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미국의 13개 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제3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만 불법에 해당하고 대화 당사자가 녹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이에 더해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까지 마련됐다.
이에 통화녹음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등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갤럭시 스마트폰은 통화 중 상대방이 녹음 여부를 알 수 없고 자동 통화녹음도 가능하다. 반면 애플 아이폰은 미국을 포함해 한국에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통화녹음을 지원하지 않는다. 중국 샤오미 일부 제품과 구글 픽셀폰 등은 녹음은 되지만 상대방에게 녹음 여부 안내 메시지가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양분하고 있는데, 갤럭시 이용자들은 삼성전자만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통화 녹음'과 '삼성페이'를 꼽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직종의 경우에는 업무 특성상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수 있고, 자동 통화녹음 기능까지 제공하는 갤럭시 사용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법안 통과로 녹음 기능이 없어진다면 갤럭시 쓸 이유가 없다", "통화녹음은 일상생활에 없어선 안 될 부분", "국회가 앞장서서 아이폰 사용 권장하는 건가", "찔리는 게 얼마나 많으면 통화 녹음되는 걸 강제적으로 막으려 하나", "통화 녹음 하나 한다고 징역 10년은 선 넘었다", "왜 통화녹음이 필수적인지 모르는 건가. 통화녹음 금지할 거면 사기죄 처벌이나 먼저 강화해라"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개인 음성권을 보장해 사생활 유출 등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동의 없이 녹취가 이뤄질 경우 협박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녹음 시 상대방에게 알리는 기능을 스마트폰에 탑재하자는 법안도 이미 발의된 바 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의원이 2017년 7월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용자가 통화 내용을 녹음하면 사업자가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리도록 했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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