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
"유학생을 결혼 대상 삼는 차별적 시책" 인권위 진정
피진정 시장 "행정사가 협의 없이 내용 수정해 게재"
인권위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
"여성을 출산·농사 등 무급노동하는 존재로 인식해"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증가 시책이 가부장적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며 해당 시책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7일 인구증가 시책의 사업 내용을 점검하고,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 사건 진정인은, 피진정인인 A시장이 A시의 명의로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을 법무부 출입국 대행 기관인 B행정사합동사무소(행정사)로 발송했는데, 협조문에 명시된 사업이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유학생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는 차별적 시책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시장은 B행정사 대표가 지역 농촌총각과 유학생 여성 간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해 인구증가 시책을 남은 A시 명의의 협조문을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B행정사 측에서 A시와 협의 없이 임의로 협조문 내용을 수정해 인터넷에 게재한 것을 진정인의 문제제기로 알았으며, 이후 사업 추진 검토를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인터넷에 게시된 협조문은 피진정인이 작성한 내용을 행정사 대표가 임의로 수정한 것이며, 게시 기간이 짧고 문제제기 이후 게시물이 삭제된 점 등을 고려하면 협조문이 구체적인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A시가 유학생 등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견표명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지원대책'을 계기로 지자체의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이 확산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결혼이주여성 정책이 이주여성을 출산 및 보육을 담당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인구증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도 화천, 경북 문경 등 전국 34곳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총각 주민이 외국인 신부를 맞이할 경우, 결혼 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국제결혼지원조례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A시 역시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농촌 남성의 구체적인 수요나, 해외 여성이 한국으로 이주한 목적의 다양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제결혼을 주선하고자 했다"며 "이러한 시책은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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