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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대학등록금 규제, 이제는 완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08 18:03

수정 2022.09.08 18:03

[서초포럼] 대학등록금 규제, 이제는 완화해야
대학생들의 높은 학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든든학자금 대출제도와 국가장학금 제도가 2010년과 2011년에 도입되었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경우 정부의 학자금 지원이 학생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규제가 함께 도입되었다. 그 결과 지난 12년간 대학 등록금은 동결됐고 실질 등록금 수준은 30% 정도 낮아지게 됐다. 정책이 목표로 했던 '반값 등록금'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장기간의 가격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나 커져 있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하게 됐는데, 이에 반해 초중등의 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는 지속 증가해 OECD 평균의 130%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비의 구조에는 심각한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재정의 불균형 해소, 대학의 경쟁력 제고 및 국가장학금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아래의 정책들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장학금의 등록금 지원 단가와 생활비 단가를 상향 조정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국가장학금 유형 2를 받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설정된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 요건을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 이 요건을 폐지하더라도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이미 고등교육법에 마련돼 있다. 등록금 인상률은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의 1.5배 이하(현재 수치로 산정하면 1.7%)여야 한다.

셋째, 국가장학금 확대에 필요한 재원 중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교부금 재원으로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교육감을 중심으로 하여 초중등 교육계가 지속해서 반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반대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청에 장학생 선정에 있어 일정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초중고 단계에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원대상자가 대학 진학 시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연계해 놓음으로써 국가장학금의 일부 대상자에 대한 선정이 초중등 단계에서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다. 또 다른 연계 방안은 국가장학금 장학생들이 자신들의 모교인 초중고에 가서 후배 학생들에 대한 멘토 역할을 하는 사업을 생각할 수 있다.

넷째, 국가장학금에 대해 간접비를 신설하고 이러한 간접비를 대학 본부에 지원한다. 대학들은 국가장학금의 확대를 내심 반기지 않는데, 이는 국가장학금 확대가 등록금 수입 자체를 높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에 간접비를 산정해 지원하게 되면, 대학들의 재정수입이 확대되는 효과뿐 아니라 대학들이 저소득가계 자녀를 더 배려하고 지방대학에 지원이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국가장학금 간접비 재원은 교육부의 기존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정리 축소해 마련돼야 한다.

정책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학생, 학부모, 대학, 교육청이라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위의 정책들은 반드시 하나의 패키지로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패키지를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이 제고되고 교육 기회 형평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약력 △57세 △서울대 경제학 학사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 △교육부 차관 △세계은행 컨설턴트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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