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위적 감산' vs '기술적 감산'…삼성전자 감산 논란 왜?

뉴시스

입력 2023.02.02 15:04

수정 2023.02.02 15:04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2.09.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단기간에 의미 있는 규모의 단위 출하량(비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를 놓고 관련 업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감산'을 한 것으로 보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까지 나서서 임직원 대상 설명회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위적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힐 정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은 주력 제품을 다음 세대로 바꾸는 공정 전환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주력 제품 생산이 줄어든다. 다음 세대 제품으로 공정을 전환하려면 장비 가동을 멈춰야 하는데, 이에 따른 생산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이미 기술적 감산에 들어갔다는 해석 잇따라
특히 D램은 차세대 제품에 생산 난도가 높은 EUV(노광장비)가 투입되기 때문에 수율 안정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전문가들은 이런 배경에서 삼성전자가 '자연적 감산' 또는 '기술적 감산'에 착수했다고 해석한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CAPEX) 내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도 감산 요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제품 양산을 위한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감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가뜩이나 하락세인 메모리 가격을 안정시켜 반도체 업계의 공멸을 막으려면 삼성전자의 '감산'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의미있는 수준의 단위 출하량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감산을 감산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사실상 감산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 급락으로 무역 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서 삼성전자가 좀 더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부에서 "(삼성전자의) 뚜렷한 의지와 감산 규모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평가하며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감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격적 전략' 진단도…수요 급등기 주도권 확보 차원
하지만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기술적 감산은 생각보다 '공격적인 전략'이라는 진단도 들린다. 당장 생산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동시에 생산 경쟁력까지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감산은 설비 가동률을 낮춰서 생산량을 조절한다. 설비 가동을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수 백 가지 공정 중에서 하나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 장비 점검과 관리, 수리 등에 추가 비용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폭설로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중단돼 3000억~4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업계에서 감산은 '극약처방'으로 통한다.

반면 삼성전자에서 추진하는 기술적 감산은 애당초 목적이 다르다. 차세대 제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계 부동의 1위로,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갖는다. 메모리 수요 급증기가 도래하면 고객사와 납품 단가 협상에서 가격 결정권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D램이 DDR5라는 점도 변수다. 통상 다음 세대 제품은 크기가 더 작아서 웨이퍼 한 장당 제품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DDR5의 경우 설계상 칩 크기가 이전 세대보다 20% 더 크다. 이 때문에 세대가 바뀌더라도 제품 생산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만큼 DDR5 제조사들이 향후 공급 능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낸드의 경우도 고용량화 추세가 지속되며 교체 수요가 앞당겨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고 용량의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8세대 V낸드를 앞세워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의 고용량화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높은 신뢰를 요구하는 자동차 반도체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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