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환율

"美 금리인상 끝?" 기대감에 환율 장중 1200원대.. SVB사태에 달러화 약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13 20:44

수정 2023.03.13 20:44

14일 美 CPI 발표 변수.. 일각에선 '동결' 가능성도
FOMC 속도조절 기대감에 당분간 환율 하락 가능성
'고심 깊은' 한은, 한미금리차 부담 더나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도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으로 장을 끝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2023.3.13.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도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으로 장을 끝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2023.3.13.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동성 악화로 문을 닫은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란 기대감에 1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대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 영향으로 당분간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 변수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SVB 후폭풍에 美 금리인상 멈추나.. 환율 장중 1200원대로 급락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324.2원) 대비 22.4원 내린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1317원에서 시작한 환율은 장중 1298.3원까지 떨어져 1300원을 밑돌았다.
이번달 원·달러 환율은 8거래일 동안 등락폭이 29.0원에 달하는 등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연준이 과잉긴축을 멈출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다른 글로벌 통화 환율과도 같이 가는 흐름"이라며 "미국 뱅크런 사태로 3월 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p 인상)은커녕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달러화가 하락한 영향"이라고 봤다. 백 연구원은 "개장 전에 미국 당국이 비보험 예금까지 보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우려를 진화시킨 것도 환율 하락의 원인"이라며 "다만 미국 중소은행에까지 SVB 파산 영향이 번질 수 있어서 향후 추이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시장의 FOMC 전망도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기울었다. 시장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 견조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자 빅스텝(한번에 0.50%p 인상)으로 금리인상 전망을 올려 잡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SVB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FOMC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달 FOMC의 금리동결을 전망했다.

美 CPI 지표 등 변수.. 한은 '한미금리차 부담' 덜고 금리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다만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CPI 지표 등이 변수다. 인플레이션 대표 지표격인 CPI가 생각보다 높게 나오면 연준으로서는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빅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로 미 연준이 과잉긴축을 하기에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이번주 CPI 발표와 금융기관 관련 리스크가 (미 연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로 달러화 약세를 점쳤다. 조 연구원은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소멸됐고 골드만삭스는 동결 전망을 내는 등 동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라며 "오늘처럼 하루 20원 이상 빠지지는 않아도 당분간 환율이 오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 또한 4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미국 정책금리는 연 4.50~4.75%, 한국 기준금리가 3.50%로 상단기준 1.25%p 차이가 난다. 미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금리차가 1.75%p까지 벌어지며 한국은행 부담이 커지지만 연준이 베이비스텝 혹은 금리동결을 결정할 경우 부담을 덜게 된다.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한미금리차가 2000년 이후 22년여 만에 1.50%p로 커지지만 환율 하락으로 금리차에 따른 부작용을 다소 덜 수 있다.

다만 내달 금통위까지 약 한 달이 남은 만큼 SVB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또 나올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 어느 쪽에 무게를 싣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SVB 사태에 따른 파급효과와 시장 상황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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