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지난 6일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안전관리자인 현장소장에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 안전보건 체계에 대한 경각심 올라가"
이날 선고는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이후 해당 법으로 기소된 14건 중 1호 판결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을 끌었다.
법 시행 당시 처벌 규정과 경영 책임자 범위 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과연 법원이 원청 대표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가 쟁점이 됐는데, 법원은 원청 대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산업현장 안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와 원청 대표의 책임 사이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지만, 법원이 원청 대표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기업이 산업 현장 안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유사한 사건이라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더 가벼운 선고가 나왔다.
중대재해법 제정의 계기가 된 고(故) 김용균씨 사건의 경우 1심은 지난해 2월 10일 원청 대표인 김병숙 전 서부발전 사장에게는 무죄를, 하청 대표인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서부발전 사장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받은 바 있다.
조인선 법무법인YK중대재해센터장(변호사)는 "1호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것을 통해 회사는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근로자들이 더 나은 업무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형량이 적게 나온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과 비교할 때 비슷한 형량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경우 징역 1년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돼있는 반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징역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돼있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유죄 판결을 통해 원청 대표가 자신이 책임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면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존 산업안전법 위반 선고의 형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처벌 능사 아냐,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이 기업 대표 처벌에 중점을 두고 강한 형량을 내리면 기업은 처벌을 피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중대재해를 없애겠다는 당초 법률의 의도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기업이 현장 관리를 열심히 해도 기존 관행 등에 따라 현장이 현실적으로 안전 기준을 따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며 "처벌에 중점을 두면 기업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한 노력만 할 뿐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실질적인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선 처벌보다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오는 6월까지 중대재해법의 추진 현황 및 한계·특성 등을 진단하고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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