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카드 도용당한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초지종부터 설명하겠다"라며 "원래 카드를 자랑하기 위해 글을 올리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사진 속의) 카드 번호를 가렸다. 그런데 바보같이 번호를 가린 사진이 아닌 원본 사진을 올렸다"라고 밝혔다.
A씨가 발급받은 카드는 삼성카드의 프리미엄 신용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였다. 해당 카드는 연간 1억원대 후반의 근로 소득과 충분한 가처분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야 발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이 사실을 자랑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올렸으나 이 과정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노출된 카드 번호로 각종 결제를 시도했다.
A씨는 "(원본 사진을 선택해서 올린 것은) 내 잘못인 걸 인정한다"며 "10분 뒤에 다시 보니 (카드 번호가) 안 가려진 사진이 올라가 있어 허겁지겁 가린 사진을 올려놓았다. 당연히 번호가 유출된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샤워 끝나고 나오니까 새벽에 삼성카드 직원한테서 연락이 왔다"며 "갑자기 비정상적인 해외 결제가 여러 건 되고 있어서 일단 (카드 효력을) 정지했는데 본인이 한 건이냐고 물어보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어보니 아마존과 애플, 교통카드 등 별의별 곳에서 결제가 되었더라"라고 했다.
A씨는 "그제야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열불이 나더라. 몸이 제정신이 아니었다"라며 "그날 회사를 쉬고 앓아누웠다. 오늘 영업시간 되자마자 카드 회사에 전화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법률 자문을 받아보는 쪽으로 해서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각종 해외 사이트에서 시도된 결제 명세가 담겼다. 이에 따르면 10여 분간의 결제 건수는 87건이었으며 결제된 총액은 8800달러(약 1180만원)에 달했다. A씨는 "너희들이 뜯어간 돈만큼 그대로 돌려받을 각오로 고소할 것"이라며 "나도 잘못이지만 너희 잘못이 더 큰 건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사연에 누리꾼들은 "아무리 실수로 사진을 올렸다고 하지만 남의 돈으로 결제하는 건 범죄다", "간 큰 사람들 많다. 조작인 줄 알았는데 설마 진짜로 결제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힘내고 돈 다 돌려받아라. 응원하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가 실수로 카드번호를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결제한 이들은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카드 무단 사용자에게는 카드사를 상대로 한 컴퓨터등사용사기(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카드 발급자 본인인 것처럼 카드사를 속여 재산상 이득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카드사가 이용대금을 청구하면 A씨가 먼저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자신의 카드를 무단 사용한 누리꾼에게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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