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인한 기후 위기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로의 전환은 전세계적인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비용이 현재 전력망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과 균형을 이루는 시점인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호주 등 일부 주요국은 이미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7년 달성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기요금의 정상화 등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리드 패리티,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점
우선 그리드 패리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균등화발전원가(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발전설비 운영기간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투자비,연료비, 운영비, 대기오염비용, 보험료 등)을 수치화한 값이다.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등 각 발전원별로 1kWh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지 비교할 수 있는 수치인 셈이다. 만약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원가가 현재 기저발전원으로 운용되고 있는 화력발전, 원자력발전의 LCOE보다 낮다면 태양광 발전이 전력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란 ‘기준선’을 뜻하는 그리드(Grid)와 ‘동등함’을 뜻하는 패리티(Parity)의 합성어다. 전통에너지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의 LCOE가 동일해지는 시점을 말한다.
이 시점 이후에는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해진다. 따라서 그리드 패리티는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일, 호주의 경우 주택용 태양광 균등화발전비용이 전기요금보다 낮은 상태로 그리드 패리티에 달성했고 미국은 일사량이 높은 14개 주에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2027년 달성 가능할까?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지거나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전기요금이 상승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연구보고서 ‘그리드 패리티의 결정요인에 관한 국가별 비교 연구’에 따르면,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하지 못한 국가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1kWh 당 10.2센트로,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독일 33.4센트, 이탈리아 28.9센트, 영국 23.4센트, 일본 25.4센트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오는 2027년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당분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취약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석유나 천연가스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원가 이하로 제공하는 요금 체계도 문제다. 원가 이하로 전기를 제공하다보니 비싼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일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전문가는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문제 해결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효율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려면 발전비용이 합리적으로 반영된 국내 전기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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