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 이용자 감소 우려
불법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지 두달여 만에 누누티비와 유사한 불법 사이트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누누티비 폐쇄에도 유사 서비스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누누티비를 표방한 '누누티비 시즌2'라는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최근 생겨났다.
운영진은 "에티오피아에 설립된 무료 OTT 서비스"라며 "누누티비 시즌2는 기존 누누티비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누누티비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유료 OTT 콘텐츠를 불법으로 스트리밍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구미호뎐1938' '닥터 차정숙' 같은 인기 드라마를 비롯해 인기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2', 넷플릭스가 이달 9일 공개한 '사냥개들' 등을 모두 무료로 접할 수 있다.
기존 누누티비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홈페이지에 노출시켜 수익을 얻었다. 반면 누누티비 시즌2에는 광고가 있지 않지만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광고 문의를 받는다고 명시한 만큼 누누티비와 같은 수익 모델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께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티비위키(TVWIKI)'도 방대한 유료 OTT 콘텐츠를 불법으로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쿠팡플레이가 한정기간 무료로 공개했던 영화 '존윅4'를 비롯, 올해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도 올라와 있다. 최근 시작한 임영웅 다큐멘터리 예능 '마이 리틀 히어로'도 전편 업로드돼 있다.
특히 티비위키는 기존 누누티비에 있던 자료 상당수가 그대로 있고 사이트 사용자환경(UI),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전체적인 분위기도 기존 누누티비와 매우 유사하다. 이에 따라 누누티비 운영자가 티비위키를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누누티비 시즌2, 티비위키 모두 텔레그램 채널을 개설해 인터넷주소(URL)가 차단돼도 도메인 변경 등의 수법으로 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누누티비의 경우 불법 콘텐츠 대응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URL 차단에 나섰지만 도메인 변경 등을 통해 단속을 피해왔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직접 매일 URL을 막고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전방위 압박이 이뤄지면서 사이트 폐쇄를 이끌어냈으나 '제2의 누누티비' 사이트들이 잇달아 생겨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동안 활기를 되찾던 OTT 업계는 이용자 수가 다시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4개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 3월 1308만5615명에서 4월 1410만4270명으로 101만8655명 늘었다. 이는 누누티비가 국내 수사 등의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 4월 문을 닫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업계 관계자는 "OTT 플랫폼들의 MAU가 늘어난 데는 분명히 누누티비 종료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는데, 또 이런 불법 사이트들이 나온다는 게 업체들 입장에선 너무 힘들다"며 "OTT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하는 데 시간도 너무 걸리고 당장의 결과물을 얻어내기 쉽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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