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학교급별 예산의 심각한 불균형은 초중등에 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와 고등교육에 대한 반값등록금 정책에 기인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다른 국가에서는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없는 우리나라의 매우 특징적인 교육재정 제도로 초중등교육의 균형적 발전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초중등 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로 필요한 예산은 감소하는데, 내국세의 20.27%로 정해진 재정지원 규모로 인해 예산이 적정 수준보다 과다하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대학 등록금이 지난 13년 넘게 동결되어 대학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태로, 대학의 국제 경쟁력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 지방시대를 교육이 선도하기 위한 교육투자는 고사하고 우수한 교원들을 다른 분야로 뺏기고 있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이미 목표를 달성한 반값등록금 정책은 이제 지양하고 초중등-대학 간 예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할 시기이다.
초중등-고등 예산 간의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는 "고등 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라는 예산 주머니가 2022년 말 만들어졌다. 교육청과 초중등교육계의 강한 반대로 인해 재원은 진정한 의미의 초중등-고등 예산 재배분에 해당하는 교육세로부터 1조5000억원만 조달되고, 나머지 7조2000억원은 교육부의 고등교육 지원 예산이 단순 전입되는 행태로 조달되었다. 다시 말해서 특별회계에 부합하는 재원보다 특별회계에 부합하지 않는 형태의 재원이 5배가 더 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왜곡된 형태를 띠게 되었다.
필자는 '특정 재원을 특정 재정지출에 사용하는 특별 주머니'라는 특별회계 제도의 취지에 맞추어 특정 재원인 교육세를 포함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특정 목적에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특별회계 지원의 특정 목적은 "지방인재 양성 및 선순환을 위한 초중등-대학 연계 강화"로 설정하고, 지역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인재혁신지원사업(RISE사업, 약 2조원), 글로컬대학사업(약 6000억원), 지역인재 특별전형확대 관련사업(신규사업으로 약 3000억원), '학교-교육청 지정 국가장학생'사업(기존 국가장학금 중 3조~4조원을 이전)을 특별회계에 포함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형태로 특별회계를 개선하는 경우 초중등학교와 교육청도 장학생 지정, 사업설계 참여 등 사업에서 일정 권한을 갖게 되어 교육청과 초중등학교의 반대도 완화될 것이다. 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순차적으로 약 6조~7조원을 투입하도록 하면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은 결과적으로 50% 정도 순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별회계의 개선으로 우리나라 교육투자의 불균형이 완화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역인재가 양성되고 선순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