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통화스와프 협정 재개를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 두 장관은 이날 1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달러 베이스로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2001년 7월 처음으로 2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은 뒤 2011년 11월 700억달러까지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2015년 2월 협정이 종료됐다.
이에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 포함시켰다.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는 이미 철회한 바 있어 2019년부터 약 4년간 지속된 한국 대상 수출규제는 모두 해제됐다. 2018년 강제징용 배상 일본기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벌어진 양국 갈등의 종식이다.
통화스와프는 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막는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맡는다. 금융시장이 통화스와프를 가동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지만, 금융안전망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화이트리스트 재지정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작지 않다. 첨단분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강국인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핵심소재 물질의 수급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예상된다.
문제는 일본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쟁점화하는 정치권의 '아니면 말고'식 악용이 두 나라의 관계개선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상임위가 지난 27일 우리 정부에 국제해양재판소 제소를 촉구하고, 일본 정부에는 오염수 해양방류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정치권이 과학과 괴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포퓰리즘에 매달려 철부지 행동을 하는 건 곤란하다. 국익은 내팽개친 채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는 정치쇼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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