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갈륨,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다음달 1일부터 통제한다. 중국 상무부는 이들 광물의 원료를 반출하려면 구체적인 해외 구매자 정보를 보고해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를 4일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의 94%, 90%를 차지한다. 희귀금속은 아니지만 중국이 장기간 저가에 수출하는 바람에 압도적 경쟁력을 갖게 된 광물이다.
중국 발표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을 사흘 앞둔 시점에 나왔다. 서방의 강고해진 중국 배제 움직임에 대한 경고이자 미국 압박용 카드로 볼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는 최근 대화 기류가 무색할 정도로 강경 일변도다. 바이든 정부는 첨단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범용제품까지 중국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 제한도 준비해왔다. 이렇게 되면 아마존이나 MS 등이 중국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바이든 행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중규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차원인데 중국의 광물 수출제한은 이를 염두에 둔 선제조치라 할 수 있다.
미중에 낀 우리 기업 처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수출통제가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국내 주력분야인 메모리반도체 핵심소재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갈륨은 전력반도체의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 8인치 웨이퍼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수출통제가 장기화되면 기업들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광물 수요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광물 수요의 95%를 수입에 의존한다. 그중에서도 중국 의존도는 심각하다. 이차전지 양극재 소재인 탄산망간은 100%, 황산코발트는 97% 중국산이다. 전기차와 풍력발전기 모터의 핵심 원료들도 마찬가지다. 칠레, 호주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민간 중심의 해외 광물자원개발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니켈, 아연, 구리 등 6대 핵심광물 자급률이 현저히 낮다. 자원무기화 시대 우리의 대응력을 필사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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