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유승준 '비자 소송' 승소했지만 한국 입국까지 '산 넘어 산'

뉴스1

입력 2023.07.14 05:15

수정 2023.07.14 09:07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븐 유)이 최근 한국 복귀 의사를 밝혀 그의 입국금지 해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씨는 10여년 전 병역 파문을 일으켜 2002년 2월 병무청의 요청을 받아드린 법무부로부터 한국 입국을 금지 당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약혼녀 부친 장례식장에 참석차 단기종합 체류자격 c-3(체류기간 03일)을 부여받고 입국한 모습. (일간스포츠 제공) 2013.3.7/뉴스1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븐 유)이 최근 한국 복귀 의사를 밝혀 그의 입국금지 해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씨는 10여년 전 병역 파문을 일으켜 2002년 2월 병무청의 요청을 받아드린 법무부로부터 한국 입국을 금지 당했다. 사진은 지난 2003년 약혼녀 부친 장례식장에 참석차 단기종합 체류자격 c-3(체류기간 03일)을 부여받고 입국한 모습. (일간스포츠 제공) 2013.3.7/뉴스1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가수 유승준씨(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가 사증(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재외동포법 내 병역규정을 근거로 1심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었다.

원심은 유씨의 비자 발급을 허락한다면 사회 전반에 병역기피 풍조가 만연해지는 등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항소심은 과거의 행위에 대한 결과론적인 분석일 뿐이라며 이를 뒤집었다.

하지만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한국 땅을 밟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판결 취지에 따라 또다시 외교부가 비자 발급을 거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무기한 입국이 금지된 것 걸림돌이 될 수 있다.


◇法 "만38세 넘긴 유씨…국익 해칠 우려 없다면 국내 체류허가해야"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3부(부장판사 조찬영 김무신 김승주)는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후천적으로 취득해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유씨가 만38세를 넘었다면 (비자발급 거부)처분 당시 구 재외동포법 일반규정이 정하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씨에 대한 판단 근거로 2010년 개정된 구 재외동포법 '병역 규정'을 적용했다. 그리고 LA총영사가 주장하는 재외동포법 일반규정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병역규정이 예정·포섭하는 행위를 벗어난 별도의 행위나 상황이 있어야만 일반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병역 규정에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해 외국인이 된 외국국적동포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병역 규정에는 이밖에도 단서조항이 명시돼 있다. 당시 병역법이 정하던 입영의무 등의 면제 기한인 36세의 연령에 맞춰 외국국적동포가 36세가 된 때에는 체류를 허가하도록 했다. 해당 연령 제한은 2010년에 38세로, 2017년 41세로 상향 조정됐다.

법원은 2015년 비자 발급을 신청한 유씨에게 과거 개정된 구 재외동포법 병역 규정 제한 연령인 만38세를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비자발급 신청 당시 38세가 넘었던 유씨에 대한 사증 발급을 거부하려면 처분일 기준으로 구법 병역 규정에 벗어나는 별도의 행위 또는 상황이 있어야 한다"며 "유씨의 비자발급이 거부된 것은 결국 지난 2002년 유씨의 병역면탈행위가 주된 원인이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판단한 유씨의 비자 발급이 국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 대해 과거 행위에 대한 결과론적 해석이라며 반박했다.

1심은 "유씨에게 비자발급을 거부함으로써 입게 되는 불이익은 기존에 부여됐던 지위의 박탈이 아닌 단순한 '수혜적 이득의 박탈'에 불과하다"며 "반면에 (비자 발급 거부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 정의와 신뢰의 부응이라는 가치로서 이는 한 번 훼손될 경우 회복하기 어렵고 자칫 사회적으로 병역 기피 풍조와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며 사증 발급 허가 취소의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 들어서 1심 판결을 근거로 같은 주장을 이어온 LA총영사 측의 입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유씨의 병역면탈 행위 자체를 구법 일반 규정인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일반 규정과 병역규정을 별도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복귀 가능성?…대법원 판결취지가 '주요 쟁점'

하지만 유씨가 이번 판결에서 승소했지만 당장 한국에 입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법원이 판단한 '판결 취지'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3월 LA총영사관 측이 유씨의 아버지에게 비자발급 처분 결과에 대해 유선으로 통보했고, 처분 이유를 기재한 거부 처분서를 작성해 주지 않았다며 당시 행정절차법상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에 유씨는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재차 거부당했다. 당시 외교부는 대법원의 판결 취지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앞서 대법원에서 판결한 취지는 행정절차법상 하자였다면, 이번 행정소송에서는 어떤 근거의 결과 나올지가 앞으로의 비자 발급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LA총영사관이 만일 비자를 내주지 않거나 판결 취지에 따른 또다른 사유를 들어 거부할 경우 유씨는 소송을 내야 하고 이 경우 앞서와 같은 소송전이 반복될 수도 있다.

비자가 발급돼도 문제다. 유씨가 무기한 입국 금지 처분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유씨는 지난 2002년 2월 법무부로부터 기한이 없는 입국금지조치를 당했다. 법무부장관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사회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일제 전범 등에 대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영구적으로 입국이 금지돼 있는 유씨의 처분과 관계가 있는 법무부와 외교부 그리고 병무청 사이의 논의가 끝나야만 유씨의 국내 입국을 기대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이 된 뒤에야 출국 금지를 요청한 병무청과 법무부, 그리고 외교부 등 3개 부처가 유씨에 대한 처분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결과가 나온 뒤 유씨를 대리하는 류정선 변호사는 기자들 과 만나 "LA총영사 측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을 문제 삼아 주장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유의미하게 본다"며 "비자 발급을 허용한다는 것은 의미 자체로 입국을 허락한다는 뜻이다.
유씨에게 내려진 가혹한 입국 금지 조치 역시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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