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시스템이 있었다면, 또는 갖춰진 시스템을 제대로 따랐다면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어 안타깝다. 미국에선 교권 침해 학생에게 징계, 강제전학 등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한다. 교사단체가 교사와 함께 가해학생의 접근금지명령을 요구하는 등 민사소송도 제기하는 주가 있다. 학생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한 만큼 교권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원칙이 있는 것이다.
앞서는 부산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다. 사건의 잔인함과 끔찍함을 고려했다면 가해자의 신상은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한 유튜버가 위법을 감수해 해당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했고, 이는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한 모호한 현행 기준은 혼란만 가중한다. 설사 신상이 공개된다 해도 대부분은 이른바 '포샵' 처리가 된 옛날 사진들이다. 신상공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피고인에게 공개된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돌려차기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외우고, 보복범죄를 예고했다 한다. 다행히 이 문제는 최근 국회에서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개선됐지만 시스템 부재 속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턱턱 막힌다.
스토킹 범죄, 콜센터 직원에 대한 갑질, 폭우로 인한 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참사 등 시스템의 부재 혹은 시스템을 등한시 하는 사람들로 인한 사건사고는 차고 넘친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걸까. 시스템을 만들 책임이 있는 국회와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줄 수는 없는 걸까. 시스템의 보호 속에서 안전한 삶을 살고 싶은 건 과도한 바람인 걸까.
ronia@fnnews.com 이설영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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