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올해 내내 암울한 경제 흐름에 답답하던 체증이 내려가는 듯하다.
기획재정부는 11일 내놓은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한국 경제를 '경기 둔화 지속'으로 보던 관점을 '경기 둔화 완화'로 변경했다.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꾼 근거는 수출회복, 경제 심리, 고용 개선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 16개월만에 흑자 전환한 이후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바 있다. 6월 경상수지도 58억7000만 달러 흑자다.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커지고 있지만 무역 흑자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내수도 완만한 회복세가 엿보인다. 6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0% 늘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2%대로 낮아졌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7월 2.3% 등으로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상당히 선방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던 대중 수출이 급락하고 수출주력상품인 반도체가 고전하면서 이룬 결과들이라 더욱 값지다. 이달 1∼1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5억8천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적자는 지닌해 10월부터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도 이달 들어 10일까지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줄었다. 이로써 반도체 수출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출 의존도가 컸던 중국과 반도체가 바닥을 치면 그만큼 수출도 개선될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이 풀리면서 국내 내수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수출 물량도 5월 8.1%, 6월 21.6% 각각 증가했다. 7월에도 상승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고 소진과 하반기 반도체 수요 활기가 기대되고 있다.
시장 환경이 호전된다면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밀물이 들어올 때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한다. 경제의 주체인 정부와 기업이 더욱 분발할 때다. 경제적 환경이 잘 받쳐준다면 이젠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회를 살려야 한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지원책들을 동원할 때다. 이와 함께 그 동안 방치했던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검토하기 바란다.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동시병행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얻을 수 없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