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더 내고, 더 늦게, 똑같이 받으라는 국민연금 개혁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20 19:20

수정 2023.08.20 19:20

총선 앞두고 산으로 가나
개혁안을 악용해선 안 돼
국민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공방전이 20일 재연될 조짐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은 최종보고서 초안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마련한 보고서의 핵심은 '더 내고(보험료율 인상), 더 늦게 받는(수급개시연령 후향)' 것과 '똑같이 받는(소득대체율 유지)' 것이다. 두 가지 방향성이 공방의 빌미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보고서는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5년마다 0.6%씩 올려 12%, 15%, 18%까지 끌어올리자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반면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66세, 67세, 68세까지 늦추는 3가지 방안이 담겼다. 이는 국민이 현재보다 돈을 더 부담하되 연금을 받는 시기는 더 미뤄 결과적으로 덜 받게 된다는 점을 뜻한다. 돈을 더 내고 덜 받아가라고 하면 반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소득대체율 논쟁이 가세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연금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노후에 도움이 될 정도의 연금수급 수준이 되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번 최종안에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안은 제외했다고 한다. 이 역시 국민에겐 반갑지 않은 방안이다. 국민연금 개혁안이 결국 '반쪽짜리'라는 소용돌이에 또 휘말릴 소지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최종보고서의 결론에 일장일단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현재 국민연금 논쟁은 연금의 재정파탄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반대로 안정적 노후생활을 누릴 정도의 수급 규모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척점에 서 있다. 전자를 주장하는 재정안정론자와 후자를 지지하는 소득보장 강화론자의 논쟁이 팽팽하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개혁의 시기를 늦출 순 없다. 논쟁의 매듭을 지으려면 정책판단의 최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일단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절대적 1순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최종보고서가 채택되더라도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소폭 지연될 뿐이다. 그렇다고 노후대책에 턱없이 모자란 연금 수급도 안 될 말이다. 재정안정과 적정수급의 절묘한 '믹스(Mix)'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기는 요원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극단적 편가르기식으로 국민연금 논쟁을 몰아가는 건 무책임하다. 정치권의 태도가 문제다. 정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는 오는 30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 정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정부는 최종보고서를 참고해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국민연금 최종보고서가 난도질당할까 우려된다. 개혁안의 일부를 악마적으로 편집해 표를 얻으려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권은 미래를 바라봐야 하며, 국민연금 개혁안을 선거용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