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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거침없는 가계 빚 증가, 금융위기 부를 위험 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13 18:18

수정 2023.09.13 18:25

8월 주담대 3년반 만에 최대 증가
정부, 13일 부랴부랴 억제책 발표
금융위원회가 13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지목되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및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13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지목되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관련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및 특례보금자리론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고금리에도 가계빚이 줄기는커녕 다시 역대급 증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8월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전달 대비 6조9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증가 폭은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지난해 부동산 하락 국면에서 주춤했던 가계빚이 다시 한국 경제의 숨통을 죄기 시작했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많아질수록 소비는 위축되고 경제는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당국과 금융권의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촉구한다.

가계빚은 지난 3월까지도 감소세가 완연했다. 그러던 것이 4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탔다. 증가 폭도 4월 2조3000억원에서 5월 4조2000억원으로 불어난 뒤 지난달 급기야 7조원에 육박한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착륙을 막겠다며 내놓은 여러 규제완화책이 가계빚 증가의 큰 원인이 된 것도 사실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6월 금융규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국내 최초로 50년 만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주담대)가 도입됐다. 부동산대출을 억제하는 핵심수단 중 하나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대폭 완화했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나 임대 매매사업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투기과열 지역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담대 요건을 풀어줬다.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풀어주는 특례보금자리론도 허용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폭증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전달 대비 7조원이나 늘었다.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집값이 다시 심상찮은 흐름을 보이자 지난 정부에서 집값 폭등기를 경험했던 젊은 층의 불안감이 커졌고, 묻지마 '영끌'이 되살아났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입자의 35%가 2030세대였다는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같은 저금리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경제여건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영끌족에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던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가계빚 문제에 해외 기관에서도 수없이 우려를 드러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3월 말 104.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련 정책을 적극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가뜩이나 복잡한 글로벌 정세 속에 한국 경제는 침체의 고통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는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기껏해야 1%대로 예상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은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실물경제를 더욱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선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경기침체 걱정에 선뜻 단행하기 어렵다. 가계부채 추세가 이대로 계속되면 금융시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당국도 급증하는 빚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13일 부랴부랴 내놓았다. 50년 만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하는 등 대출한도 축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정교한 정책과 강력한 의지만이 부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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