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그맨이자 MC, 방송기획자인 송은이가 영화 제작의 문을 열었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오픈 더 도어’를 통해서다.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통해 콘텐츠 기획·제작에 나선 그는 현재 컨텐츠랩 비보, 미디어랩 시소 대표를 맡고 있다.
'오픈 더 도어'는 제작비 10억 가량이 투입된 이 저예산 영화로 송은이와 30년 지기인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사건을 우연히 접한 장 감독이 단편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에 송 대표가 관심을 보이면서 한때 단란했던 한 미국 이민자 가족의 비극을 담은 71분 러닝타임의 장편으로 완성됐다.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시간 역순으로 진행된다. 한밤중 뉴저지의 한적한 마을. 치훈(서영주 분)이 매형 문석(이순원)을 찾아 김치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다가 엄마의 강도사건을 언급한다. 그러다 갑자기 "왜 불쌍하고 착한 우리 누나를 때렸느냐"고 추궁하고, 이에 매형은 "네 누나가 뭐가 불쌍하냐? 엄마 죽여 달라고 한 게 네 누나야!"라고 폭로하면서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다.
송은이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당시)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깊게 호흡을 마셔야 하는 그런 자극으로 다가왔죠. 영화 보고 나서도 너무 슬픈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면 다른 선택을 했을까? 두 매형과 처남의 이야기가 ‘오픈 더 도어’라는 타이틀과 만나자 단지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서울예대 동문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로 만난 장항준 감독의 장점에 대해서는 “태도가 일관적이다”라고 말했다. “감독님은 새로운 그 어떤 것이 생겨도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아요. 일상이나 현장이나 경계 없이 (태도가) 일관적입니다. 같이 일해 보니까 못써겠더라 그런 일이 없었죠(웃음).”
장항준 감독은 이런 송은이의 말에 “친한 사람끼리 동업하다가 원수가 되곤 하는데, 송은이와 저는 대학에서 처음 만나 벌써 32년 됐는데, 그때 송은이와 지금 송은이가 똑같다”고 말했다. “나이 먹고 돈이 많아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달라지기 마련인데, 송은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문제 해결방식이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신뢰의 뿌리입니다.”
■송은이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 제작하고파"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공동 집필한 드라마 ‘싸인’(2011)전까지만 해도 둘은 지금처럼 자주 전화하던 사이는 아니었단다.
장항준 감독은 “('싸인' 집필 당시) 거의 잠도 못자고 일하던 시기였다”며 “대부분 전화를 안 받았는데 마침 그때 걸려온 전화를 받았더니 송은이였다”고 돌이켰다. “이거 오빠가 했어? 오빠가 쓴 거야? 오빠 잘되는 것 같아서 전화한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우리 부부는 일하느라 주위 반응을 모르다가 그 전화를 받고 드라마에 대한 반향을 체감했죠.”
송은이는 “장항준 감독과 함께한 ‘씨네마운틴’을 좋아했다”며 “농담 가운데 뼈있는 이야기를 던져서 좋았다. 작가로서 한 ‘드라마의 제왕’도 발상이 재밌었다. 영화 ‘리바운드’는, 내가 이런 이유로 감독님을, 항준 오빠를 잘 따랐지라는 사실을 일깨워졌다”고 돌이켰다.
이날 인터뷰는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컨텐츠랩 비보 신사옥에서 진행됐다. 비보는 2021년 매출 100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으로 성장했고, 사업 역량을 인정받아 100억원대 자금을 투자받았다.
송은이는 “솔직히 이 사옥으로 이사올 때, 허세 부리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마지막 사옥이라고는 생각하지 마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사업 확장에 대한 어떤 청사진을 갖고 지금까지 왔다기보다 매순간 충실하게, 부끄럽지 않은 행보를 지향했습니다. 솔직히 회사를 이렇게 오래할지 몰랐습니다. 팻캐스트 하면서 커가고 있는데요. 좋은 연봉을 받는 회사, 고학력자 없이도 성공하는, 좋은 사람이 모인 회사가 이렇게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평소 영화 애호가인 그는 영화를 또 제작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꼭 만들어 보고 싶은 영화는) 허무맹랑한 코미디 말고 재미있는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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