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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업 위축시키는 공정위 고발지침 재검토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6 18:27

수정 2023.11.06 18:27

일감 몰아주기 처벌대상 확대
경제계 입장 수렴해 결론내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지침 개정안을 두고 재계가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은 공정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행위 고발에 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행정예고하면서 불거졌다.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를 고발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특수관계인도 고발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고발대상 행위에 관련된 예외적 고발 사유가 재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예외적 고발 사유에는 생명·건강 등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사회적 파급효과, 국가재정에 끼친 영향,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및 이와 유사한 사유 발생을 적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 위반행위가 중대하거나 명백하지 않아도 예외적 고발 사유에 해당하면 고발할 수 있게 된다. 고발요건이 해석에 따라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여러모로 고발지침 개정안에는 법리적 허점이 많다.
우선 특수관계인 고발요건을 넓힌 점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공정거래법상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위반으로 특수관계인을 고발하려면 그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게 경쟁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그런데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을 그대로 따르면 특수관계인의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하지 않아도 고발당할 수 있다.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이유로 고발하는 것은 상위법에서 정하고 있는 고발요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공정위는 경제분야 규제 전문기관이다. 독점적 조사권과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다. 사법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제사건의 조사와 판단을 공정위에 일임한 셈이다. 이처럼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부여받은 공정위가 법 위반의 중대성에 대한 입증 없이 특수관계인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전속고발권을 공정위에 부여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 더구나 공정위 행정예고대로 고발지침이 바뀌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할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열어 기업인 처벌을 감경하기로 하는 등 형벌규정을 개편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공정위의 고발지침 행정예고안은 이러한 기조와도 배치된다.

우리 사회에는 재벌과 대기업, 경영자를 이유 없이 부정적으로 보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하면 기업의 경영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공정위마저 고무줄 잣대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에 대한 여론재판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발지침 개정안에 있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현저한 경우' '중소기업에 현저한 피해를 미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등의 문구는 자의적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한 표현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공정위는 "이번 고발지침 개정안은 최근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재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종 개정안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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