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의료보험비 46억원을 횡령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붙잡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전 재정관리팀장 최모씨(46)가 피해 금액 변제를 거부했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씨는 두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에서 “모든 돈을 이미 탕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씨는 2022년 4월 27일부터 7차례에 걸쳐 17개 요양기관의 압류진료비 지급보류액 46억2000만원을 본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뒤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횡령한 자금은 가상화폐로 환전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선물 투자를 하다가 횡령액을 전부 날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씨로부터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은 39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해당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바이낸스 측에 최씨의 거래 기록 등 자료를 요구해 확인하고 있지만 자료가 방대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여년간의 도피 기간 동안 가상화폐 거래 건수만 1만건에 달하고, 누락된 자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씨가 투자했다는 가상화폐 종목과 이에 따른 자금 흐름, 선물 거래 방식 등도 확인하고 있다.
한편 1년4개월간의 추적 끝에 필리핀 마닐라의 고급 리조트에서 붙잡힌 최씨는 ‘돈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액 변제를 거부하고 있다. 변호사조차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빼돌린 의료보험비 46억원은 사실상 혈세에 해당하는 만큼, 변제 후 선처를 구하지 않는다면 법정에서 중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최씨 구속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우선 횡령 혐의만 적용해 검찰 송치했다. 추후 남은 자료를 분석하고 범죄 수익 은닉 혐의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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