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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못 올려 도산할 바에는… 수주 목표 대거 낮췄다 [위기 깊어지는 건설업계 (中)]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21 18:24

수정 2024.02.21 18:24

올해 공사비 20% 추가 상승 전망
현장 곳곳에선 조합과 증액 갈등
결국 생존 위해 손실 최소화 선택
대형건설사 앞다퉈 '일감 줄이기'
해외 개척마저 쉽지 않아 이중고
공사비 못 올려 도산할 바에는… 수주 목표 대거 낮췄다 [위기 깊어지는 건설업계 (中)]


"올해도 공사비는 더 오를 게 뻔하고, 이익은 얼마나 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수주 목표를 낮춰 잡았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반증이다"(대형건설사 A사 임원)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키워드는 한마디로 '생존'이다.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조합과 분쟁을 겪더라도 공사비 증액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기류가 짙다. 이 때문에 한 대형 건설사는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보다 20% 넘게 줄였다. 미래 먹거리인 일감 곳간을 줄이면서까지 내실을 다져야 하는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치솟는 공사비에 무응찰·수주 철회

공사비 분쟁은 노른자로 평가받는 서울의 강남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재건축 사업장은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건설사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에서 823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통보했다.
이달 말까지 조합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올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착공이 다음 달 말로 공사비 증액이 합의되지 않으면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사비 갈등은 시공 계약 해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조합은 당초 시공사로 GS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공사비를 3.3㎡당 549만원에서 987만원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자 지난해 6월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 정비사업장은 건설사들의 관심밖이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용 원재료 지수는 1·4분기 123.77에서 2·4분기 126.56으로 올랐고, 3·4분기 126.66에서 4·4분기 128.58로 상승했다. 최근 3년간으로 봐도 상승세는 확연하다. 2021년 평균 114.38에서 2022년 120.92로 급등했고, 지난해 126.39로 올라갔다.

현재 공사비 검증 수행 기관은 한국부동산원이 유일하다. 검증 의뢰건수를 보면 지난 2019년 단 3건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1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30건에 이른다. 올해도 2월 현재 벌써 2건이 접수됐다.

공사비는 올해 더 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최소 20% 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사 임원은 "조합 사정은 잘 알겠지만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우리가 휘청거린다"며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잿빛전망에 수주 목표 낮춰 잡아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줄줄이 수주 목표를 낮춰 잡았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액 목표를 28조99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32조4906억원) 수주 성과 대비 10.7% 줄어든 수치다. 삼성물산은 6.3% 줄어든 18조원, 대우건설은 12.94% 줄어든 13조2096억원을 각각 잡았다.

20%가량 하향 조정한 업체도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목표 수주액을 11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 14조8894억원에서 무려 22.1%나 낮춘 금액이다.
대형 업체들의 경우 경기 상황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목표액을 높여 왔는데 올해에는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줄줄이 낮춰잡고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대형사마저 고금리 장기화, 경기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고 본다는 의미"라며 "올해 건설사 부도가 더 늘면서 업계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워낙 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악재가 겹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외시장 개척역시 쉽지 않아 사면초가"라고 토로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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